"오바마가 북 테러지원국 재지정 땐 남은 임기 2년간 북 버리겠다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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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픽처스 해킹이 북핵 문제의 암초로 등장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히고 북한이 ‘본토 공격’으로 미국을 더욱 자극함으로써 중단된 북핵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하는 양상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21일(현지시간) “소니 해킹 이후 워싱턴은 북한에 매우 격앙돼 있다”며 “오바마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경우 남은 2년 임기 동안 북한을 버리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2008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그해 6월 북한이 영변 5㎿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한 뒤 테러지원국에서 북한을 뺐다. 당시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발표를 보류하자 북한 외무성은 그해 8월 ‘약속 위반’을 이유로 영변 핵시설 불능화의 중단을 선언하는 등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핵과 직결된 사안이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면 이번에도 비핵화 합의는 무효라는 주장의 근거로 들고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선 대북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네오콘인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대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오바마 대통령은 해킹에 비례하는 대응을 한다고 했는데 향후 공격을 막으려면 우리가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줄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며 테러지원국 재지정, 경제제재 확대, 중국 압박 등을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해킹은 전쟁 행위가 아니다”고 밝힌 데 대해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전쟁 행위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이 근거 없이 북한을 배후로 지목했다”며 “백악관과 펜타곤, 테러의 본거지인 미국 본토 전체를 겨냥한 초강경 대응전을 벌일 것”이라고 위협 수위를 높였다. 정책국은 북한의 해킹을 "새로운 날조품”이라고 주장하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사이버전을 포함한 모든 전쟁에서 미국과 대결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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