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근, 힘쓸 면'… 이름대로 진짜 힘들게 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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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외부 환경과 세계의 변화에 비해 우리 공직사회는 느리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국가가 뒤처지면 공무원의 미래가 보장되겠나.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은 나라도 나왔다. 국민 눈높이에 따라가지 못하면 공복(公僕) 자리는 유지가 안 된다.”

 이근면(62·사진) 인사혁신처장은 지난달 19일 취임 이후 공직사회를 직접 체험한 소회를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인사혁신 3개년 계획’을 짜기 위해 집무실에 취임 첫날 D-100 입간판을 세웠다. 주로 도시락으로 조찬·오찬 간담회를 하는 강행군을 이어가며 각계각층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그는 자기 이름의 한자가 ‘뿌리 근(根) 힘쓸 면(勉)’이라면서 “이름대로 진짜 힘들게 산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김광웅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이 쓴 『대통령의 인사』 『통의동 일기』 등을 읽고 있다. 과거 정부의 인사 혁신 역사를 살펴야 지금 정부가 같은 실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에서 37년간 인사 전문가로 일하다 공직에 발탁된 그는 “인사는 신뢰를 먹고 산다”며 “‘인사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먼저’라는 것이 제 인사철학”이라고 소개했다.

 -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면.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면서 뚜벅뚜벅 우보(牛步·소걸음)로 걸어왔다. 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민간인)’이 아니고 ‘나공(나도 공무원)’이라고 공무원들에게 말한다. 처음엔 공무원들이 보고할 때 하루에도 열 번 이상 ‘안 된다(No)’고 했지만 이제는 ‘어떻게(How) 하겠다’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 공무원들은 일을 안 하거나 못해도 꼬박꼬박 봉급 받아가는 것을 국민이 이해를 못 한다.

 “국가가 계속 발전하지 않으면 공무원의 직업 안정성은 유지가 안 된다. 일 잘하는 공무원은 대접해주고, 성과가 낮은 공무원(저성과자)에게 아무런 조치를 안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도 국민도 공무원도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 공무원 정년(현재 일반직은 60세)을 65세로 연장하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은 언제부터 시행 가능한가.

 “평균수명이 82세라면 기대여명은 사실상 이미 100세 시대다. 시행 시점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100세 시대에는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 내년부터 공무원 연가 보상을 안 하겠다고 했는데.

 “연가를 가면 보상비를 안 줘도 되니 생기는 돈(연간 1550억원)으로 대체 근무자를 고용할 여력이 생긴다. 잡 쉐어링(Job sharing) 효과다. 공무원들이 가족들과 국내 여행을 많이 하면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자비로 해외 여행을 많이 하면 (세금 안 들이고) 견문이 넓어져 ‘1석10조’ 효과가 기대된다.”

 - 공무원연금개혁은 해를 넘기면서 흐지부지 되나.

 “개혁을 할 수밖에 없고, 하게 될 거다. 국민과 이해당사자의 공감을 얻어 슬기롭게 가느냐가 관건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합의되면 내일이라도 할 수 있다. 공무원사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연금개혁이 끝은 아니다. 그 너머를 봐야 한다.”

글=장세정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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