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틴틴 World] 일본 총리는 왜 국회를 해산하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이웃나라 일본에서 11일 실시되는 총선이 화제입니다. 그런데 신문을 읽어도 생소한 말이 많아 이해가 잘 안 된다고요? 그러실 겁니다. 일본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대통령제인 한국과 차이가 많거든요. 자, 오늘부터 틴틴월드가 새롭게 시작됩니다. 그 첫 순서로, 일본 총선을 계기로 일본의 독특한 정치 문화와 제도에 대해 알아봅시다.

1. 일본 총리가 의회를 해산했고, 이에 따라 조기총선이 실시된다고 들었는데요. 우선 그 제도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의원내각제에는 정부와 국회가 서로 권력을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습니다. 권력이 어느 한쪽에 집중돼 독재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 국회는 총리와 각료 전원을 한꺼번에 물러나라고 결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총리는 의회를 해산하고 남은 임기에 상관없이 새로 선거를 할 수 있어요. 일본에선 1945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20차례의 의회 해산이 있었답니다. 중의원이 임기 4년을 다 채운 것은 70년대 미키 다케오 총리 시절의 단 한번뿐입니다. 그렇다면 총리는 어떤 경우에 의회를 해산할까요. 당장 선거를 실시해 여당이 이길 것이라고 판단할 때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당의 집권을 연장할 수 있거든요. 또 정부와 국회가 의견이 맞지 않아 중요한 법안이 부결되는 등 나라 일이 잘 돌아가지 않을 때에도 의회를 해산합니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의사를 직접 물어보자는 것이죠.

2. 양원제(兩院制)도 한국과는 큰 차이점인데요. 중의원과 참의원은 어떻게 다릅니까.

-어떤 법안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먼저 중의원, 그 다음 참의원 의결을 차례대로 거쳐야 합니다. 법안 심의를 보다 신중히 해 민의를 더욱 충실히 반영하자는 제도죠. 그러나 일각에선 참의원은 독자적 기능이 없고 번거로움만 더할 뿐이라는 '참의원 무용론'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중의원은 480명, 참의원은 242명으로 각각 별도의 선거로 뽑습니다. 이 가운데 정권을 결정짓는 것은 중의원 선거입니다. 중의원에서 총리를 선출하기 때문이죠. 중의원 선거를 총선거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입니다.

3. 일본에선 자민당이 만년 여당이란 느낌이 드는데요.

-자민당이 창당된 55년부터 93년까지는 보수와 혁신으로 이념이 대립되는 자민당과 사회당의 양당체제였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에는 정권교체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사실은 '1.5당 체제'였다고 비꼬는 사람도 있습니다.

90년대 냉전이 끝난 이후에는 사회당이 세력을 상실해 군소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를 대신한 세력이 현재 제1 야당인 민주당입니다. 민주당은 자민당 출신의 보수 정치인과 옛 사회당 출신, 시민운동가 출신 등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만든 정당입니다. 자민당이 창당 이후 50년 동안 정권을 뺏겨 야당이 됐던 기간은 단 10개월(93년 8월~94년 6월)에 불과합니다. 일본인들의 뿌리 깊은 보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4. 9.11 총선의 쟁점은 무엇이고, 전망은 어떠한지요.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개혁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재신임 여부입니다. 고이즈미는 공공사업 축소와 민영화, 중앙정부에서 지방으로의 세원(稅源) 이양 등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개혁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지난달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좌절된 우정 민영화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선거 결과는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의 과반수 확보 여부가 관심거리입니다. 그렇게 되면 고이즈미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까지 집권이 계속 이어집니다. 만약 과반수 확보에 실패하면 고이즈미는 즉각 사퇴한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경우엔 새로운 총리를 중심으로 자민.공명 연립 정권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5. 일본에서는 그동안 정치 개혁 논의가 없었습니까.

-자민당의 장기 집권은 파벌 정치(키워드 참조)와 그로 인한 부패, 금권정치, 선심성 행정, 압력단체와의 유착 등 많은 문제점을 낳았습니다. 특히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뽑는 중선거구제가 파벌정치의 원인으로 지적됐습니다.

같은 선거구에 파벌별로 서로 다른 후보자를 내세워 함께 당선되는 사례가 많았던 것이죠. 그러니 의원들은 자민당에 대한 소속감보다 자신을 공천해 준 파벌에 대한 소속감이 더 강했습니다. 또 이는 거대 여당인 자민당에 절대 유리한 제도로서 정권교체를 가로막는 원인이 됐습니다.

중선거구제도가 사라지고 지역구별로 한 명씩만 뽑는 소선거구 제도가 도입된 것은 96년부터입니다. 현재 중의원 480석 가운데 300석은 소선거구제로, 180석은 비례대표제로 뽑습니다. 소선거구제는 여당의 기득권을 상당히 감소시켜 양대 정당 구도가 서서히 정착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96년 창당된 민주당이 제1 야당으로 부상한 원동력도 선거구 제도 개혁에 있었습니다.

그 밖에 검은돈이 정치인들에게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고 유력 파벌 지도자에게만 돈이 집중되지 않도록 정치자금 관련법을 고치기도 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총리를 국민의 직접선거로 뽑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