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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줌마저씨 敎육 공感

학부모를 호갱님 만드는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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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이미애
네이버 카페 국자인 대표

대입은 지금 정시 원서 접수 중이다. 대입은 9월 초 수시 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해서 2월 중순 정시 추가합격까지 실제로 5개월 넘게 이어진다. 누군가는 일찍 끝나 만세를 부르고 누군가는 2월 말 추가합격에 또 추가모집까지 기다려야 한다.

 수험생이나 학부모의 마음은 갈수록 조급해진다. 수시에서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면 대입 정원의 절반 이상이 날아간 셈이다. 남은 정시모집에 도전하기 위해선 누구의 말이라도 곧이 곧대로 들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많은 입시업체가 벌이고 있는 정시 설명회에 가보면 젊은 강사들이 빼놓지 않고 하는 멘트가 있다. “어머니들, 이거 모르시죠? 모르는 게 당연해요”라는 말이다. 이런 말을 듣는 사람들은 그냥 겸연쩍게 웃는다. 입시업체들이 설명회에서 나눠주는 자료가 과연 신빙성이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졌는지 물어볼 처지도 아니다.

 입시업체들은 과거의 입시자료를 바탕으로 배치표를 만든다. 이 배치표엔 지난해 입시 등을 기준으로 학원생들이 지원한 대학과 학과의 서열 정보가 담겨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이나 학과의 서열을 가늠하고, 학생들에게 어느 학과를 지원하는 게 합격 가능성이 높은지 설명한다. 최근 부상하는 대학이나 학과 등의 경향도 포함되긴 하나 과거의 경향과 추세를 바탕으로 서열이 정해지며, 여기에 맞춰 배치표가 만들어진다.

 사실 배치표에 나온 점수대로 지원하면 합격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다. 다만 대부분의 학생이 여기에 맞춰 지원하면, 다시 말해 배치표대로 움직인다고 가정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정확한 참고자료는 될 수 있다. 그러니 학원 강사들이 “이거 보기 어려운 거다. 이해하기 힘든 거다”라고 말한다. 입시업체들이 정한 배치표를 얻으려고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이런 광경을 보고 입시업체 관계자들은 흐뭇해 한다. 이런 장면 어디에서 본 것 같지 않나. 우리의 입시 현장은 마치 노인들에게 싸구려 물건을 팔기 위해 건강 관련 설명회를 여는 현장과 어느 정도 유사하다.

 입시 업체들이 대학이나 학과 지원 정보를 만들고,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여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 ‘호갱님’에서 벗어나긴 힘들다. 대학이 과거 입시에서 수년간 어떤 수준의 학생들이 지원해 합격했는지 구체적인 정보나 경향성을 공개해도 학부모가 호갱님으로 남을까. 대학·학과라는 상품의 질과 가격을 제대로 모르니 전문가인 척하는 사람들에게 낚이는 것이다.

이미애 네이버 카페 국자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