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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겨냥 높아진 「발언수위」|종반들어 열기, 야당 지구당 개편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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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당대회의 전초전이라 할수 있는 야당의 지구당개편대회는 시발은 차분했으나 날이 갈수록 열기를 띠어가고 있다. 집권여당인 민정당은 오는20일부터 2월10일까지 전국 92개 지구당의 개편대회를 모두 끝낸다는 방침만 확정하고 있지만 작년12월 중순부터 시작된 민한당과 국민당의 지구당개편대회는 종반에 돌입할수록 「발언수위」가 높아져 가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7일 『요즘 국회를 보면 마치 국회의장은 교장이고, 상임위원장은 담임선생과 같다』는 유치송 민한당총재의 대구발언에 대해 민정당당직자들이 정면으로 비판을 가하자 유총재는 10일 열린 대전중구 지구당개편대회에서 『국민의 요구를 거부하고 독선으로 흐르면 과거의 흑백논리로 치닫게 되고 정국은 파국으로 흐트러지게 된다』고 되받았다. 이런 발언 공방은 개편대회의 부패상 논쟁과 곁들여 앞으로 민정의 개편대회가 시작되면 여야간 입씨름으로 에스컬래이트 될 소지도 안고있다.
12일 현재 민한당은 개편대상지구 75개의 절반에 못미치는 32개, 국민당은 69개중 33개지구당을 마쳤는데 국민당은 오는 20일까지, 민한당은 이달말까지 일단 개편대회를 모두 끝낸다는 목표다. 그러나 국민당이 2월2∼5일, 민한당이 2월10∼12일께에 각각 전당대회를 치를 예정이어서 개편대회날짜는 이보다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고흥길기자>
○…유총재의 개편대회발언 수위는 새해 들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지난 연말 청주에서만 해도 『지방자치제 문제는 6월말까지 결론을 내기로 여야간에 합의됐으니 곧 결말이 날것』이라는등 온건론을 폈으나 새해 들어서는 서울·대구·평택등에서 『지자제는 금년중에 실시될 것』이라는 적극론을 전개.
유총재는 『7년 단임은 헌법조항으로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도 자꾸만 강조하는 것은 평화적 정권교체의 경험이 없기때문』이라면서 『현행제도로 진정한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룩되리라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고 주장, 『국민이 자기 손으로 뽑을 수 있게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
이 문제에 관해서는 평소 온건했던 유옥우부총재도 서울에서 『1인 장기집권도 안되지만 1당 장기집권도 안된다』고 대민정당 강경발언을 한바 있다.

<촉구서 확신론으로>
지자제등의 연내실현이란 유총재발언에 대해서는 민정당측에서 『우리도 모르는 것을 야당총재가 어떻게 아느냐』고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고 야당측의 발언수위가 높아지는 경향에 대해서도 은근히 경계하는 눈치다.
국민당개편대회에서도 수위가 높아지는 것은 공통현상.
김종철총재는 지난 선거에서 국민당 후보가 많이 낙선한 것이 마치 선거제도의 맹점에 있다는 식으로 몰아 붙였고, 이만섭 총무도 선거법개정을 고창.
이만섭부총재는 『정치인은 국민이 심판해야 하는데 어떻게 몇사람이 모여 정치인의 적격여부를 판단할 수 있느냐』고 주장.
○…이처럼 발언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뚜렷한 정권 도전자가 부상된건 아니지만 당내비관파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연말·연초의 정상바람이 달라지는 듯한 분위기 때문.
개편대회의 연설에서 나타나는 당권·비당권파간의 쟁점은 지도노선시비가 대부분인데 민한당와 경우 주로 등장되고 있는 것이 ▲평화적 정권교체의 기틀마련을 위한 언론기본법·국회법·지자제관계법의 개정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선 ▲구정치인의 해금 ▲야당의 자생력 회복등에 얼마나 성실했느냐의 문제다.
국민당에서는 주로 제3당의 중요성에 따른 선거제도 개선, 위원장에 대한 이미지 부각이 단골메뉴.
개편대회가 진행됨에 따라 당지도부에 대한 비판세력의 윤곽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어 축사발언을 둘러싼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공방전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
○…민한당개편대회에서 대표적인 총재옹호세력은 유옥척·이태구부총재와 김은하 부의장·유영렬 사무총장등 당권파들이고, 비판세력은 신상우·허경만·김원기·한광옥의원둥.
당초 비판세력으로 지목되던 오홍석·고재위 의원등이 적극 동조를 않고 오히려 총재의 대회치사를 「대독」하고 있어 전당대회직후의 당직개편과 함께 관심을 모으고있다.
비판세력의 대표주자격인 신의원이 『새벽은 깨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지 결코 잠자는 사람에게는 오지 않는다』며 당의 현실안주자세를 꼬집자 당권파의 유한열 사무총장은 『새벽이 왔다고 조급하게 날개를 털고 울어대는 촌닭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촌닭론」으로 신의원의 「새벽론」을 공박.

<축사싸고도 공방전>
신의원이 또 『꽃은 붉고 버들은 푸른 것과 같이 여당은 여당의 색깔이 있어야 하고 야당은 야당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고 이른바「화홍류록논」을 펴자 유총재는 『나는 오늘의 비판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앞으로 기록될 역사가 더 두렵다』『비분강개하여 죽는 것은 쉬우나 참으면서 갈길을 꿋꿋이 걸어가기는 어렵다』는 말등으로 그의 단계적후생론, 온건노선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
특히 유총재는 청주대회에서 『오늘날 민한당이 국민들로부터는 적극적인 투쟁을 못한다고 차디찬 눈초리를 받고있지만 정부·여당으로부터는 새시대·새정치풍토 아래서 협조가 잘 될줄 알고 풀어줬더니 과거와 마찬가지로 근심을 못버린다는 비난을 받고있다』고 국민과 정부·여당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어버린 민한당의 현실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신의원은 『눈과 코가 비뚤게 달렸어도 생존만하면 된다는 식으로 야당이 존재할 수는 없다』며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정부로부터 칭찬받는 야당은 곤란하다』고 자생론을 계속 주장.
신의원은 자신의 「직계」로 알려진 한광옥의원 지구당에서 처음으로 「지도부」라는 어휘를 구사하여 본격적인 공방전에 나셨으나 아직까지는 총재옹호론이 압도적이다.

<총재옹호론이 압도>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치일한 공방전에 「중립」을 표방하는 많은 의원들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사실.
서울도봉구의 김태수의원 같은 이는 유총재를 『야당의 종가를 지켜온 지도자』로, 신의원을 『정권교체시의 희망이자 샛별』이라고 소개해 균형(?)을 유지하려했고 유총재가 불참한 파주지구에선 이영준의원이 『우리당의 지도자』라고 신의원을 소개, 유총재와 신의원이 동시에 참석한 대회에서는 축사의 기회가 아무래도 당권파쪽에 압도적으로 많아 총재예찬론이 우세할 수밖에 없는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총재측근에선 가급적 총재가 많은 대회에 참석토록 권유하고 있고 총재자신도 도청소재지 순회방침을 바꾸어 참석지역을 확대.
이같은 대세때문인지 소속의원들도 점점 「지도체제 불변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듯하다.
목량상의원은 대안이 없다는 쪽으로 당 분위기가 기울고 있으며 특히 『주어진 여건아래서 최선을 다했다』는 유총재의 설득이 당원들 사이에 먹혀 들어가는 것 같다고 피력.
박관의원도 과거의 경우 계파간 싸움으로 열기가 있었으나 지금은 단결과 단합을 호소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인 것 같다며 원색적인 상호비방도 없고 조직원간의 충돌사태도 없어 대회는 진일보한 것 같다고 평가.
그러나 홍은덕의원은 대회장의 단상이나 단하나 표정이 없어 김이 빠진 느낌이라며 경선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인것 같다고 분석.
김덕규의원도 『장은 점점 커지고 있으나 대의원들의 열기는 없었다』며 이것은 중앙과 지방, 위원장과 대의원간의 호홉 불일치에 있다고 주장.
그러나 민한·국민당의 대부분의 의원들은 이번 개편대회를 통해 지난 2년전에 비해서는 괄목할 정도로 야당이 성장했음을 실감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편이다.

<원색적비방 없어져>
○…개편대회의 규모도 위원장의 재력과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
국민당 청주지구당(위원장 윤석민부총재)의 경우 대의원과 당원 2천여명을 모아 최대규모를 기록한데다 실내악단까지 동원.
비교적 재력이 든든한 민한당도봉지구(위원장 김태수의원)도 대의원 1천1백명, 당원 4백명등 l천5백명을 참석시켜 대회장인 S극장의 복도까지 꽉 메웠고 20인의 부녀당원으로 구성된 합창단에 4대의 조명기구까지 동원.
국민당 이동진총무의 경우에는 이종찬 민정, 임종기 민한당총무를 「우정출연」시켜 자신의「정치적 위치」를 과시.
참석의원수와 당원동원수는 정치적 영향력 및 재력과 함수관계를 갖고 있음은 물론이다.
도시지역이 아닌 시골의 경우 참석대의원들에게 ▲교통비 2천∼5천원 ▲점심대 ▲타월·달력등 기념품이 지급돼야 하기 때문에 보통 한사람당 1만원정도가 들고 재력있는 위원장지구는 훨씬 더 지급되기도 한다.
따라서 아무리 대회를 조촐하게 치른다해도 대회장소 사용료, 마이크 설치비, 유인물 인쇄비등으로 l백50만∼2백만원은 들어야하며 수천만원이 뿌려지는 경우도 없지않다.
민한당의 경우 중앙당 보조금은 50만원 뿐이어서 나머지 부속분은 위원장 개인주머니에서 충당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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