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의 ‘생각의 역습’] 단독 평가와 공동 평가의 차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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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호 29면

49보다 50이 더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각각 평가하든, 동시에 평가하든 49보다 50이 큰 것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확실한 데이터를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 동일한 대안을 각각 평가할 때(단독 평가)와 함께 평가할 때(공동 평가) 서로 다른 결과를 낳기도 한다. 다음을 보자.

A. 멸종위기 돌고래를 구하기 위한 기부금
B. 장시간 햇빛에 노출된 농부들의 피부암 검진사업을 위한 기부금

위의 두 가지 대상에 대해 당신은 각각 얼마를 기부할 의향이 있는가? 실험 결과 A와 B를 각각 제시할 때는 A의 기부금액이 높았다. 하지만 A와 B를 동시에 제시할 때는 B의 기부금액이 더욱 높았다.

단독 평가에서는 생존(A)과 검진(B)의 문제로 인식되어 ‘멸종 위기’라는 단어가 ‘피부암 검진사업’보다 더욱 높은 감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반면 공동 평가에서는 동물(A)과 사람(B)의 문제로 인식되어 ‘돌고래’보다는 ‘농부’에 더 많은 기부금이 몰린 것이다.

이처럼 동일한 대상일지라도 단지 어떤 평가방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역전될 수 있다. 즉 우리의 뇌는 함께 놓고 평가하면 객관적으로 49보다 50이 더 크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지만, 각각 평가할 때는 감정 개입에 따른 주관적 가중치로 인해 49를 50보다 더욱 높게 평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음을 보자.

A. 1만 단어가 수록된 새것 같은 사전
B. 2만 단어가 수록된 새것 같은 사전
(단, 표지가 찢어짐)

A와 B 중 어느 사전이 더욱 가치 있을까? 실험 결과 단독 평가에서는 A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지만, 공동 평가에서는 B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단독 평가 때는 수록된 단어량을 비교할 수 없어 표지가 찢어진 B에 대한 선호도가 낮았다. 반면 공동 평가 때는 사전을 평가하는 중요 기준인 단어량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B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단독 평가를 할 때는 비교 상대가 없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그때그때 점화되는 감정적 반응에 의존하여 비교적 손쉽게 선호 수준을 결정한다. 반면 공동 평가에서는 대안들을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먼저 결정하고, 해당 기준에 따라 대안들을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공동 평가는 단독 평가보다 더 많은 인지자원을 필요로 한다. 우리의 뇌가 인지자원을 많이 투입할수록 이성적 판단을 내릴 확률은 높아진다. 이번에는 당신이 누군가의 평가를 받는 상황이라 가정해 보자.

상황 A. 당신이 경쟁자보다 객관적으로 우월
상황 B. 당신이 경쟁자보다 객관적으로 열세

당신이 만약 경쟁자보다 객관적으로 우월하다면(상황 A) 공동 평가가 유리하다. 이때는 다양한 평가기준에서 당신이 경쟁자보다 두루두루 우월하다는 점을 전달해야 한다. 특히 평가자 입장에서 당신과 경쟁자를 한눈에 비교하기 쉬운 평가 기준을 강조해야 한다.

반대로 당신이 경쟁자보다 객관적으로 열세에 있다면(상황 B) 대안 간 직접비교가 어려운 단독 평가가 유리하다. 이때는 당신의 약점들을 구구절절 해명하기보다는 한두 가지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 동시에 당신의 강점이 평가자 입장에서 왜 중요한지를 집중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종합해보면 우리의 뇌는 공동 평가에서는 대안들 간에 비교가 쉬운 기준을 재빠르게 찾아내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쉽다. 반면 단독 평가에서는 자신의 욕구와 감정에 맞는 대안인지부터 판단하려 한다. 이 때문에 자신에게 필요한 선택을 하려면 먼저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좋은 선택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승호 도모브로더 이사 james@brode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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