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상상을 동원한 판결…독재국가로 전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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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헌법재판소 선고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검은색 코트와 바지 차림으로 통진당을 상징하는 보라색 머플러를 두른 이 대표는 선고 시작 5분 전인 9시 55분쯤 헌재 대심판정에 입장했다. 미소 띤 얼굴로 변호사들과 인사 나눈 뒤 자리에 앉은 이 대표는 이후 40여 분간 진행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주문 낭독을 부동자세로 들었다.

통진당 해산 결정 선고와 의원직 상실 선고가 난 뒤에는 5분간 말없이 서 있었다. 어금니를 꽉 물었고 퇴장할 때는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방청석의 지지자들과 악수했다. 방청객들은 “여러분들은 영원한 의원” “힘내세요” 등의 말을 건넸다.

이 대표는 재판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권이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전락시켰다”며 “통합진보당이 독재정권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해산당했다”고 말했다.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인 헌법재판소가”라고 말하다가 감정이 북받치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헌재가) 허구와 상상을 동원한 판결로 스스로 전체주의의 빗장을 열었다”며 “오늘 이후 자주·민주·평등·평화·통일의 강령도, 노동자·농민·민중의 정치도 금지되고 말았다”고 했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후에도 잠시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는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하는 저의 마지막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진보정치 15년의 결실을 독재정권에 빼앗겼다”며 “저에게 책임을 물어 달라”고도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진보정치의 길을 계속 갈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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