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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을 ICT농업 메카로 … 관광객 모으고 수출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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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정보통신기술(ICT)과 지역 공동체가 결합된 ‘ICT 창조마을’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본지는 ICT 창조마을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이하경 본지 논설주간, 이상희 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 김영목 코이카(KOICA) 이사장, 송하진 전라북도 지사. [김성룡 기자]

정부는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SK는 지난 10월 세종시에 2020년까지 ‘세종 창조마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으로 비닐하우스 속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등 미래 농업 기술이 통합된 ‘스마트팜(smart farm)’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창조마을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과 지역 커뮤니티를 결합합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정보통신기술) 창조마을’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하경 본지 논설주간의 사회로 이상희 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과기부 장관)과 송하진 전라북도 지사, 김영목 코이카(KOICA) 이사장이 ICT 창조마을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좌담회를 했다

▶이하경 논설주간=창조마을 개념을 풀어보면 이렇다.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허덕이고, 반대로 농촌에선 고령화와 인구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 창조마을은 인터넷 기반이 되는 새로운 마을 모델을 만들어 젊은 사람들을 농촌 마을로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ICT 창조마을이 조성되면 일자리도 만들고 지역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이상희 이사장=새마을 운동을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이해하기 쉽다. 창조마을은 노장청(노인·장년·청년)이 새로운 마을을 꾸릴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전통 지식재산(과거)을 바탕으로 친환경농법이나 신재생에너지(현재)를 더하고 스마트농업·스마트유통(미래)을 개발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송하진 지사=전북 완주군 두레농장은 복지와 일자리가 결합된 창조마을이다. 어르신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두레농장에 나와 일을 하고 일당을 받아간다. 농산물은 로컬 푸드 직매장을 통해 팔려나간다. 딸기·수박·버섯 등 돈이 되는 소득 작물에 집중하고 있다. 귀농하신 분들은 두레농장에 나와 농사기술을 배운다. 시골 어르신들이 멘토 역할을 하는 거다. 전주 한옥마을도 성공적인 창조마을 모델이다. 60년 전부터 조성된 한옥마을에 물길을 내고 정자도 짓고 호박도 심었더니 젊은이들이 찾아와서 데이트하는 장소로 바뀌었다. 요즘엔 가족 단위 관광객이 늘고 있다. 창조마을 핵심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것들을 어떤 가치로 승화시키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이 논설주간=성공한 창조마을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이 이사장=사람과 지식재산이다. 한옥마을은 한옥이란 문화자산, 즉 지식재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문화가 ICT를 만나면 도농 격차 해소는 물론 지역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한옥마을 근처 숙박시설을 인터넷을 통해 예약하는 서비스가 추가되면 외국인 관광객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모델을 잘 만들면 수출도 가능하다.

 ▶김영목 이사장=좋은 지적이다. 코이카는 스마트 새마을 사업을 추진 중이다. 베트남에서 1000만 달러 규모의 새마을형 농촌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고 캄보디아와 라오스에서도 추진 중이다. 농업 기술을 전수하고 바이오매스(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식물·미생물)와 태양광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도 전수한다. 두레농장과 유사한 비즈니스 단위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동남아시아에선 스마트 새마을 사업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현지 사정에 맞는 것인지에 관한 검증이 되지 않았다. 다양한 창조마을 모델들이 있다면 개발도상국에 전수하기 한 결 쉬울 것 같다.

 ▶이 논설주간=새만금을 ICT 창조마을의 메카로 만들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있나.

 ▶이 이사장=새만금 개발 후 수질오염 해소를 위해 1조2000억 원을 투자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미생물 비료를 이용하면 친환경·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동시에 복합미생물이 오염물질을 분해해 수질 개선에도 기여한다. 복합 미생물 비료를 이용해 인삼을 키우면 사포닌 함량이 3배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새만금에 ICT가 결합된 친환경 생명농업 단지를 조성하면 외국인들이 찾는 관광 단지로 활용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식수원인 찌따룸강도 수상 가옥들이 난립해 환경오염이 심각한데 복합미생물 효과가 새만금에서 검증된다면 수출도 가능하다.

 ▶송 지사=새만금 사업으로 생긴 땅이 1억평이다. 대부분은 농지다. 농지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무궁무진한 실험이 가능하다.

 ▶이 논설주간=취업률이 비상이다. 대기업은 성장 한계에 직면했고 젊은이들을 받아줄 수 있는 곳이 점차 적어지고 있다. ICT 창조마을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김 이사장=스마트 새마을 운동을 추진하면서 젊은이들이 농업 전문가가 돼서 해외로 나가 농업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네덜란드도 농업으로 성공한 국가다. 세계적으로 식량안보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판매와 생산에서 IT기술이 접목되면 고소득 농업이 가능하다. 국가가 나서 젊은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창조마을 모델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이 이사장=새마을 운동이 생존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대졸 고학력자 실업이 심각한 문제다. 농촌에선 고학력자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청년층의 취업 고민 ▶장년층의 직업에 대한 불안 ▶노년층의 인생에 대한 불안 등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게 ICT 창조마을이다.

정리=강기헌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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