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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향좌 사회'비판, 소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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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진 소설가 홍상화(64.사진)씨가 사회의 좌경화 현상을 본격적으로 비판한 중편 소설을 발표했다. 이 소설이 주목되는 이유는 소위 '좌파 사상' 뿐만 아니라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태백산맥'과 고 김남주 시인과 박노해 시인을 좌경 문학으로 규정짓고 이적성을 문제삼았기 때문이다. 동시대 작가가 문학의 형식을 빌어 동시대 문학의 이념성을 지적한 예는 흔치 않다. 문제의 소설은 '한국문학'가을호에 게재됐다. 제목은 '디스토피아', 200자 원고지 600여 쪽 분량이다.

소설은 대화체 형식이다. 주인공 소설가가 교수.작가 등 사회 지식인층과 주체사상.마르크시즘 등을 토론하며'남한 좌경 사상'의 뿌리와 전파 과정, 그리고 악영향을 밝혀낸다. '공산당 선언' '독일 이데올로기' 등 마르크시즘의 대표 서적을 '인간의 증오심을 부추기고 모든 세상의 기쁨을 저주하는'사상이라고 공격한다.

문제는 소설에서 거론된 동시대 문학이다. 1970~80년대 운동권 시인으로 유명했던 고 김남주(1946~94)시인의 시를 '민중 선동용 정치구호''욕설의 나열'등으로 표현하며 '이런 종류의 악담을 담은 모든 시에 문학의 월계관을 씌워준 문학 분야의 학자'도 함께 비판했다.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활동을 다룬 '태백산맥'에 대해선 '최고의 문학평론들로부터 최고의 문학작품이라고 검증받았기에 청소년은 소설의 거짓이나 과장된 내용도 진실로 믿고, 이후 좌익을 흠모하여 반미 대열에 나서게 된다'며 사상적 편향이 독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위해 2년을 꼬박 투자했다"고 말했다. 도서관에서 자료를 모으고 헤겔.마르크스 등의 철학서, 주체사상 논문 등 관련 도서 수십 종을 공부했다. 7월 평양.백두산 등지에서 열린 남북작가대회에 참가했던 일이 이번에 소설을 발표하게 된 계기가 됐다.

"백두산 행사에서 남측 작가가 김남주의 '조국은 하나다'를 낭송하는 것을 보고 이래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양키 점령군의 총구 앞에서/자본가 개들의 이빨 앞에서'등의 시구를 남한 작가가 읽어내렸다. 이러한 반미주의는 건강한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소설 발표를 '1인 운동(Personal Campaign)'이라고 불렀다. 소설이 실린 '한국문학' 1500부를 정치인.교수 등 사회 지도층에게 무료로 배송할 계획이다. "문학적으로 고발도 감수한다"고도 했다. 순수문학 작품을 주로 발표해온 작가는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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