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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남아 철도 5600㎞ 연결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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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국이 태평양과 인도양 진출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동남아시아 각국 철도를 자국 철도와 연결해 말라카 해협으로 진출한다는 것이다. 동남아와 경제 및 인적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말라카 해협을 통한 수송로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 바닥엔 말라카 해협에 군사적 거점을 마련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동남아 철도 잇기=중국 철도부와 윈난(雲南)성은 1일 위시(玉溪)~멍즈(蒙自) 간 141㎞ 구간(지도)의 철도 공사에 착수했다. 이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추진하고 있는 '범아시아 철도'의 중국 구간이다. 총 45억 위안(약 5900억원)을 들여 2009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철도가 완공되면 남단의 멍즈시는 베트남의 하노이 노선으로 연결된다. 현재 양국은 이 구간 철도를 연결하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 중국은 또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과의 철도 연결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북단의 위시는 윈난의 성도 쿤밍(昆明)과 다리(大里) ~바오산(保山)~루이리(瑞麗)를 거쳐 미얀마의 수도 양곤까지 연결될 예정이다. 위시의 또 다른 지선은 스마오(思茅)와 징훙(景洪)을 거쳐 남쪽 라오스의 비엔티안으로 이어진다. 인접국과의 철도 연결에는 모두 128억 위안(약 1조6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 최종 목적지는 말라카 해협=중국은 인도양과 태평양이 만나는 이곳에 전략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5년간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과 군사교류를 강화해 왔다. 중국은 미국이 한반도의 동해에서 말라카 해협에 이르는 수많은 섬에 군사기지를 확보, 자국의 해양 진출을 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제임스 해킷 워싱턴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중국은 말라카 해협 진출이 미국의 해양 봉쇄를 뚫는 유일한 방안으로 인식하고 있어 육로를 통한 진출을 모색할 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이곳은 효율적인 에너지 수송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현재 중국은 원유 수입량의 80%를 이 해협을 통해 들여오고 있다. 이 해협에서 범아시아 철도를 이용하면 수송거리가 3000~5000㎞ 줄어든다는 게 중국 정부의 분석이다.

◆ 문제는 돈=범아시아 철도는 중국에서 베트남을 잇는 동부선과 라오스~태국을 경유하는 중부선, 미얀마를 경유하는 서부선으로 구성돼 있다. 이 구상은 1995년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당시 총리가 처음 제안했고, 다른 회원국들도 동의했다.

7개국을 잇는 총 연장은 5600㎞에 달한다. 이 노선을 다 연결하기 위해서는 3000㎞ 이상의 철도를 새로 건설해야 한다. 여기엔 수백억 달러가 들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과 태국.말레이시아를 제외하고는 공사비 분담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수백㎞만 건설됐을 뿐이다. 철로폭이 다른 것도 문제다.

윈난성 사회과학원 허성다(賀聖達) 부원장은 "아세안이 철도 연결로 얻을 이득은 엄청나다"며 "10년 내 전 구간 개통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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