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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신문연재 통속소설 박경리 『은하』 단행본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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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토지』의 작가 박경리(1926~2008)의 연애소설 『은하』(마로니에북스·사진)가 출간됐다. 1960년 4월 1일부터 네 달 남짓 대구일보에 연재된 장편소설로, 단행본으로는 처음 묶였다.

 박경리는 원래 시를 쓰려 했다. 하지만 김동리(1913~95)의 충고를 받아들여 소설로 방향 전환했고 등단 역시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했다. 60년은 대표작 중 하나인 62년 『김약국의 딸들』을 발표하기 전, 통속소설을 쓰던 시기다.

 『은하』는 박경리의 통속 소설 중에서도 성적 묘사가 가장 구체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소설 첫 머리 여주인공인 여대생 최인희가 학교에서 돌아와 하숙방에서 옷을 갈아 입는 장면을 박경리는 다음과 같이 썼다.

 ‘인희는 스웨터와 스커트를 벗는다. 단단하고 미끈한 피부가 맞은편 거울에 비친다. 긴 머리와 커다란 눈이 검기 때문에 그런지 살빛이 푸른기가 돌도록 희게 보인다. 완숙한 실과처럼 향기로운 육체가 방 안의 공기를 뭉뭉하게 만든다.’

 소설의 줄거리나 인물 설정 역시 요즘으로 치면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

 가톨릭대 조윤아 교수는 작품 해설에서 “60년대 초반은 최희숙 등 등단 절차를 거치지 않은 여대생 작가들이 연애와 결혼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소설로 인기를 얻었던 시기”라며 “박경리가 문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다소 선정적이기까지 한 『은하』를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상황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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