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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계 순탄" 재확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슐츠 미 국무 방한의 의의>
「술츠」미 국무 장관의 방한은 내년이 한미 수교의, 새로운 1백년을 시작하는 해라는 점에서 보다 각별한 의의를 지닌다. 한때 주한미군 철수라는 이상 감각으로 치달았던 미국의 대한 정책은 「레이건」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전-「레이건」정상 회담으로 이어지면서 정상을 회복했다. 그래서 수교 1백주년을 맞은 올해 한미 양국은 비교적 좋은 분위기에서 .한해를 보냈다. 한미관계의 이러한 바람직한 좌표 선정은 한국이 동북아에서 점하고 있는 전략적 중요성 및 안보 역할에 대한 양국의 확고한 인식의 일치에 바탕을 두고 있을 뿐 아니라 올 들어 지난 10월 현재 1백억 달러를 넘어선 양국의 교역규모가 말해주듯 미국의 9번째 교역 대상 국으로 부상한 양국의 실질관계 증대가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슐츠」 장관의 방한은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4월의 「부시」부통령의 방한이 그랬던 것처럼 이렇다할 쟁점의 해결이 아닌 양국간의 긴밀하고 변함없는 우의를 다짐하고 협력관계를 심화하기 위한 계기로 이해되고 있다. 국무장관에 취임한 후론 처음 한국을 방문하는 「술츠」 장관의 입장에서도 미국무성의 발표처럼「우방 지도자와 친분을 두터이 하고 지역정세를 보다 면밀히 파악하려는데 이번 방한의 주된 의의를 부여하고 있는 것 같다.
「슐츠」장관의 이번 방한에서는 따라서 한미간에 시급히 해결을 요하는 사안의 협의보다는 대한방위 공약의 재확인으로 대변되는 「불변의 한미관계」가 다시 한번 강조될 전망이다. 이러한 기본 인식을 전제로 ▲동북아 정세 전반에 대한 검토 및 의견교환 ▲주한 미군의 계속 주둔과 한국군 현대화를 위한 군사지원 강화 등 양국 관계의 심화 발전을 위한 기본 문제들이 이번 양국 외상회담에서 폭넓게 협의될 것 같다. 이와 관련해 특히 미국의 대한 군사판매 차관 (FMS) 및 방위산업 생산품 수출문제는 최근의 양국 관계에서 비교적 비중을 지닌 현안문제여서 이번 외상 회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나라는 현재 미국 정부에 대한 군사판매 차관 규모를 늘리고 이자율 인하, 상환기간 장기화 등의 조건 개선을 요청하고 있으나 미국 측은 국내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조건완화에 계속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있다. 또 방산 품 수출과 관련, 뉴욕타임스지는 지난4월 한국 측이 정밀무기를 포함한 연간 20억 달러 규모의 방산 품 수출을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한바 있다.
「슐츠」 장관의 방한은 이러한 쌍무 관계의 협의 외에도 최근 이 지역 정세에 눈에 뛸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바 크다. 특히「슐츠」장관이 방한에 앞서 이웃 일본과 중공을 4∼5일씩 들러온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중공은 최근의 12전 대회를 전후해 대소 화해 모색 등 중소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 접촉에 나서고 있는 반면미국과는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틈을 보여왔다.
그런가하면「나까소네」정권 출범을 계기로 일본은 방위예산의 증가 등 새로운 미일 협력관계구축을 표방하는 기미이며 북한은 김일성의 중공방문 등을 계기로 종전의 중소 등거리 정책에서 대 중공 경사로 돌아서고 있는 느낌이다.
한미외상 회담에서는 이러한 주변정세 변화가 한반도에 직·간접적으로 미칠 영향을 예의분석하고 이에 따른 공동의 대응책이 신중히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소련의 관리·학자들이 비공식적이나마 최근 한국을 다녀간 것도 주변정세의 변화가 가져온 놓칠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의 하나다. 이러한 변화 속에 한국의 대미 일변도 내지는 지나친 경사가 결코 미국에 대해서도 이롭지 못하다는 공통 인식을 바탕으로 미국은 최근 한국외교의 지평을 넓히는데 보다 적극적 태세로 나오고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가 이렇듯 상당한 변화 조짐을 내포하고 있는 가운데 새해 벽두에 이루어지는 한미 외상회담은 내년 한해 동안의 우리 외교풍향을 가늠케 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수교의 두 번째 세기를 맞는 한미 양국이 이번 의장회담을 통해 한미 동반자 관계의 실질토대를 과연 얼마나 구축할 수 있을 것인지 기대되는 바 크다. <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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