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여자실업배구팀 출전기피|3차연맹전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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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중공·일본에 참패한 한국여자배구가 승부에만 집착, 국내대회를 외면하는등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있다. 올해 성인배구시즌업으로 17일 개막될 예정이던 실업배구 3차연맹전을 일부팀들이 선수부족을 이유로 출전을 기피하는 바람에 결국 내년2월께로 연기되는 사태를 빚고 말았다.
10개여자 실업팀 가운데 도로공사·국제상사·효성등은 『은퇴선수가 많아 내년봄 새로 입단 예정인 고교졸업선수들을 출전시키지않는한 선수부족을 메울수없다』며 강력히 출전을 기피, 연기로 결말을 짓고만것이다.
현재 문교부는 고교졸업예정선수가 졸업전에 실업팀에서 활약하는 것을 강력히 규제하고있다.
여자배구팀들이 선수부족을 이유로 이번 3차연맹전을 연기시킨것은 현재 장충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통령배남녀농구대회에 제일은 여자팀이 불과 8명, 한국은과 산업은이 각각 10명만으로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것과 좋은 대조가 되고있다.
현재 여자실업배구연맹에 등록된 실업팀수는 모두 15개팀(남5, 여10).
여자실업팀의 경우 문교부조치로 발이 묶인 선수를 제외하고라도 기존선수가 가장 적은 태광산업(7명), 한일합섬(9명)등이 있으나 그외의 대다수 팀들은 대개 10∼15명의 선수를 확보하고 있어 대회출전을 포기해야 할정도로 심각하지않아 이같은 대회연기의 내막은 팀의 성적에만 집착하는데 있다.
선수가 적은편인 한일합섬의 이규명감독은 『지난4월27일 2차실업연맹전을 치른 이후 만8개월이나 대회한번 없어 회사측에 여간 미안한게 아니다』며 배구의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미도파의 이창호감독은 실업1, 2차연맹전은 물론 지난 10월의 전국체전에는 각 실업팀들이 전력약화에도 불구, 출전했던 전례를 들어 『어느팀이건 사정은 있게 마련이며 일부팀들의 대회연기는 분명히 잘못된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효성·도로공사·국제상사등은 『명색이 실업연맹전인데 후보선수들을 기용할 수는 없는 일이며, 그러다보니 은퇴선수가 많은 팀으로서는 대회출전이 극히 곤란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국가대표선수의 산실이 되어온 실업연맹전의 연기는 오는 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티킷이 달려있는 내년 11월의 남녀아시아선수권대회(일본 도오꾜)를 앞두고 한국배구활성화에 오히려 크게 역행하는 손실로 받아들여지고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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