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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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청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김대중을 형집행정지로 석방, 도미치료를 허용키로 한 것은 세밑을 훈훈하게 하는 고무적인 소식이다.
정부대변인은 이러한 결정이 구시대의 잔재를 청산하고 정부의 자신감이 낳은 결과라 실명했다.
김대중은 80년5월18일 학생대모 배후 조종혐의로 연행된 후 81년1월22일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과 계엄법 위반죄로 형이 확정되었었다.
그러나 정부는 그에 대한형을 사형에서 무기로 감형했고 82년3월3일 전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20년으로 특별감형 했으며 ,이번엔 형집행을 정지, 도미치료를 허용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경과로 미루어 김대중 석방은 구시대의 가장 핵심적인 응어리의 하나가 풀렸다는데 가장 큰 뜻이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하여 김대중사건의 연루자들과 광주사태 관련자 등에 대해서도 『우리사회 발전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김대중을 비롯해서 제5공화국 출범을 전후해서 체포 구금된 사람들에게도 유사한 법적 조치를 공평하게 베풀기로 한 정부의 방침은 문자그대로 국민적 화합을 이룩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새 정부는 구 시대의 찌꺼기를 말끔히 청산, 새로운 기풍을 진작시키겠다고 다짐해왔다. 김대중 석방은 이를테면 이러한 의지의 구체적 표현이 되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또 현 정부의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2년여의 우여곡절 끝에 정치가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었고 정국의 안정도 이룩했다는 판단에 따라 내린 조치라는 점에서 그런 평가가 가능하다.
따지고 보면 김대중 사건은 동경납치 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그것은 구정권의 유연성을 찾아볼 수 없는 경직된 사고방식과 정치 역량부족이 빚은 결과였다.
정치가 양극화하고 극단적인 흑백논리가 횡행했던 70년대의 정치상황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못했다. 국제사회에서의 인식도 그렇지만 국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불행한 전철은 결코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국민의 마음이 여러 조각으로 갈라지고 화합이 아닌 대립만이 첨예화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여건 아래서 나라의 발전이 기약될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김대중석방에 대해 국민들이 환영하는 것도 이런 교훈을 되새기자는 뜻에서일 것이다.
이번 조치가 지닌 인도주의적 의미 역시 간과 할 수 없다. 김대중의 지병은 국내의료기술로 치유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도 그의 도미치료까지 허용한 것은 정치적 차원에서 뿐 아니라 인도주의적 배려라는 점에서도 평가를 받을만하다.
그의 석방은 구시대의 감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담한 조치였다. 그것은 연초에 단행된 통금해제, 교복자율화, 해외여행 자유화 등과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그에 연루된 자 및 광주사태 관련자들에게도 그와 비슷한 조치를 하기로 한 점을 우리는 더 높이 평가하고 싶다.
김대중 사건관련자는 원래 24명이었고 광주사태 관련자는 82명이었으나 대개 석방되고 현재는 각각 8명, 12명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에게 보대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명실공히 구시대를 청산하는 의미를 갖는다.
불행했던 과거를 말끔히 씻기 위해서 정부는 김대중사건, 광주사태 관련자의 석방에 이어 그 때문에 생겼던 여러 가지 응어리를 풀어주고 어루만져주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미래지향적인 자세로 국가발전에 동참 해야할 것이며 구시대청산작업 또한 더욱 확산되어 국민 모두가 바라는 민주행정의 기틀이 착실히 다져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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