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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대학 응용학문부터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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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쿼크 입자를 연구하고 4차 방정식을 풀어내는 매사추세츠공대(MIT)생들이 정작 고장난 토스터기 하나 제대로 고치지 못한다.”

 1990년부터 2004년까지 MIT를 이끌었던 찰스 베스트 전 총장은 생전에 이렇게 탄식하곤 했다. MIT 공대생을 예로 든 건 월터 웬들러(64·사진) 남일리노이대(SIU) 건축학과 교수다.

 지난 10일 서울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회 창조경제를 위한 스마트거버넌스 포럼’ 직후 웬들러 교수를 만났다. 그는 이날 ‘창조경제와 대학의 역할’이란 주제로 연설했다. 웬들러 교수는 “창조경제는 아직 부유(浮遊)하는 개념이지만, 현실과 이상의 부조화를 줄여나간다는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장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이 응용학문을 육성하는 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SIU 총장직을 수행했던 경험에서 나온다. SIU 총장으로 재임하기 이전 웬들러 교수는 학생 수 5만 명 규모의 텍사스 A&M대 부총장으로 재임 중이었다. 그는 학생 수 2만 명 규모의 SIU로 옮겨간 이유에 대해 “SIU가 실생활과 밀접한 농업·공업 등의 분야가 발달돼 있어 성장할 가능성을 크게 봤다”고 말했다.

미국 중부 일리노이주 카본데일에 위치한 SIU는 미국의 이름난 농기계·비료회사의 창업자 등을 배출해냈다. 주위에 비옥한 토양을 바탕으로 대규모 콩·옥수수 재배지역이 형성돼 있다. 웬들러 교수는 총장 재직 당시 응용물리학과 농업학 박사학위를 새로 개설하는 등 응용학문 개발에 힘썼다. 현재 SIU는 응용물리학 성과에 힘입어 항공·자동차공업 분야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응용학문의 장점으로 웬들러 교수는 “성과를 바로 현실에 적용할 수 있고 관련 산업이 부흥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학은 학생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웬들러 교수 자신이 건축학과 교육학의 융합 사례이기도 하다. 텍사스 A&M대에서 환경디자인을 공부하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텍사스 오스틴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웬들러 교수는 찰스 베스트 전 총장의 탄식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공학도에게 토스터기 고치는 법을 가르치라는 게 아니었습니다. 기초학문 교육이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겁니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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