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 스스로 생일날 검찰 출두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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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지만(56) EG 회장이 15일 오후 검찰에 출석한다. 검찰 출석을 전격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박 회장은 참고인인 만큼 검찰이 소환한다고 반드시 직접 나갈 의무는 없다. 법률대리인을 출석시키거나 서면 답변 등의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박 회장은 최근 측근에게 “정윤회씨가 지난해 미행 사건에 대해 검찰에서 부인하면 내가 직접 나서서 반박하겠다”(중앙일보 12월 5일자 1면)고 밝힌 적이 있다.

 당시 측근에게 각오를 밝힌 것과 같은 결정을 내린 셈이다. 한 측근은 “박 회장은 자신이 검찰에 출석하는 사진과 영상이 대문짝만 하게 보도된다 하더라도 자신의 출석을 통해 지금의 국정 혼란을 조금이라도 불식시킬 수 있다면 직접 출석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 조사를 통해 각종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고 대통령에게도 더 이상 부담이 되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도 “출석을 하지 않으면 마치 이 상황에서 도피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러면 오히려 정씨와 박 회장 사이의 권력암투설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당당히 출석해 사실을 밝히는 게 박 회장에게나 대통령에게나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심은 박 회장이 검찰에 나가 어떤 답변을 내놓느냐다. 박 회장은 미행설 보도와 관련한 지난 3월 검찰의 서면조사서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담을 무릅쓰고 검찰 출두를 강행키로 한 만큼 이번엔 분명한 답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지인은 “박 회장은 평소 정씨가 미행설 등에 대해 부인할 것에 대비해 각종 자료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박 회장이 어떤 자료를 내놓을지 검찰 주변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정윤회 동향 문건의 진위나 작성 과정, 유출 문제 등은 자신과 전혀 관계 없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또 박 회장 측근들은 “정 씨와의 대질신문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 회장과 가까운 인사는 “대질신문은 정씨가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리는 수단”이라며 “박 회장 입장에선 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친구인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도 페이스북 등에 “대질신문은 가당치 않다”고 적었다.

 박 회장과 가까운 지인들은 대체로 박 회장의 직접 출석에 반대해 왔다. “아무리 참고인이라도 박 회장이 검찰에 출석할 경우 정윤회씨와의 권력암투가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논리였다. 더욱이 15일은 박 회장의 생일이라 만류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박 회장은 스스로 생일날 검찰에 출두해 참고인 조사를 받겠다고 결정했다.

이가영·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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