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덩샤오핑과 황비홍, 다른 점과 닮은 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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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국이 두렵지 않은가
유광종 지음
책밭, 462쪽, 2만원

덩샤오핑(鄧小平)은 왜 하필 고양이를 지목했을까. 그의 고향 쓰촨(四川)을 알아야 한다. 덩샤오핑 ‘흑묘백묘(黑猫白猫)’의 원전은 ‘황묘흑묘(黃猫黑猫)’다. 쓰촨 지역의 속담이다.

 쓰촨은 비옥한 땅이다. 중국 남부라 비가 많이 오며 날씨도 온화하다. 말 그대로 곡창지역이다. 그런 만큼 쥐도 많았다. 쓰촨 속담엔 그래서 쥐가 자주 등장한다.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덩샤오핑은 고양이를 중요하게 여겼을 것이다. 그리고 노랗든 검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했을 것이다.

 쓰촨은 또 황제로부터 멀었다. ‘산 높고 황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이라 했다. 형식의 틀에 갇히지 않고 실질을 숭상하면서 자신의 생각대로 나갈 수 있는 문화가 있었다. 덩샤오핑이 명분과 외형을 빨리 벗어던질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저자는 중국을 이루는 다양한 문화적 토대를 조각 내서 보자고 주장한다. 각 문화에 따라 서로 다른 사상과 인물이 탄생했다. 혁명의 기질이 뿌리깊은 광둥(廣東)에선 황비홍이 나왔고 신해혁명의 주역 손문이 등장했다. 또 산둥(山東)에는 천재가 즐비하고 산시(陝西)에서는 전략가들이 나온 이유가 각기 다르다.

 저자는 중국 주요 성 18개 지역, 2개 직할시인 베이징·상하이를 다니며 역사·문화·지리를 살폈다. 각 지역의 특성을 세밀하게 살피는 시선에 중국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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