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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소장펀드 소장 기회, 12월이 딱이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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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 직장생활 3년차인 홍민지(26·서울 신정동)씨는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친구의 권유로 올 봄에 ‘KB가치배당 소득공제펀드’에 300만원을 넣고 가입했다. 최근 수익률을 확인해 보니 채권혼합형인데도 7.7%에 달했다. 연말정산 때 납입액의 40%인 120만원의 소득공제혜택도 받을 수 있어 조만간 300만원을 더 넣을 예정이다. 홍씨는 “최근 주가가 많이 빠져 투자하기에 적당한 시기인 것 같기도 하고, 소득공제 혜택까지 감안하면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더 나은 투자처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2. 중소기업 차장인 이모(35·서울 신길동)씨는 연말정산을 준비하다 기분이 상했다. 미리 계산해 보니 지난해에 비해 연말정산을 통해 되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턱없이 줄었기 때문이다. 결혼 2년차에 아직 자녀가 없는데다 그동안 소득공제를 받았던 상품마저 세액공제로 전환돼 소득공제 받을 항목이 줄었다. 이씨는 며칠 전 여윳돈을 투자할 곳을 찾다가 금융회사에서 소득공제 장기펀드(이하 소장펀드)에 가입하면 세제 혜택이 크다는 말에 바로 가입했다.

 연말이 다가오며 ‘13월의 보너스’인 연말정산 환급액을 늘리기 위해 소장펀드에 가입하는 고객이 크게 늘고 있다. 정기 예금금리가 연 1~2%인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반면 소장펀드는 연간수익률로 환산한 세제 혜택이 6.6%에 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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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소장펀드의 설정액은 4월초 131억원에서 이달 10일에는 1660억원으로 늘었다. 3월 출시된 소장펀드는 세제혜택이 크다는 입소문을 타며 4월에는 설정액이 300억원 가량 늘어났으나 이후 가입조건이 까다롭고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는 투자 상품이라는 우려에 인기가 시들해졌다. 7, 8월에는 설정액이 각각 1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10월과 11월에는 다시 설정액이 200억원씩 늘어나며 가입자가 몰리고 있다.

 박인호 KB자산운용 리테일본부 이사는 “소장펀드는 세제혜택이 크고 분기 납입한도가 없어 연말정산에 대비해 목돈을 넣는 가입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펀드는 분기별 납입한도가 없어 연간 납입 한도(600만원)를 한꺼번에 넣을 수 있다. 서민 입장에서 한 푼이라도 아쉬운 저금리 시대에 수익률에 더해 세제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데다 연말 전에만 납입하면 소득공제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월 17일 출시된 소장펀드는 가입기한이 내년 12월 31일까지인 한시적 상품이다. 이 펀드는 서민층과 사회초년생인 2030세대가 목돈을 마련하기 적합한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연금저축이 올해부터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는 소장펀드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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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년 기준 총급여액이 5000만원 이하의 근로소득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소장펀드에 월 50만원씩 최대 600만원을 넣으면 연말정산 때 24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환급액은 39만6000원에 달한다. 가입기간 중 급여가 올라가도 8000만원까지는 세제혜택을 받는다. 소득이 8000만원일 때 환급액은 63만3600원으로 세제혜택으로 인한 수익률은 10.56%에 달한다.

또 서민층과 2030세대의 목돈 마련을 위한 상품인 만큼 보수와 수수료도 평균보다 30% 가량 낮은 편이다. 다만 최소 5년 이상 가입해야 한다. 이전에 해약하면 받은 세금 혜택분 만큼 반납해야 한다. 퇴직하거나 회사가 문을 닫아 해지하는 경우엔 특별중도해지사유에 해당돼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설정액이 1600억원대로 당초 올해 예상치인 3조~4조원에 크게 못미친다. 이유는 바로 정부가 세수 부족을 우려해 가입조건을 까다롭게 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소장펀드 계좌수는 23만6000여 개로 전체 가입 대상자 1400만 명의 1.7%에 불과했다. 설정액 100억원을 넘는 소장펀드의 수도 전체 60개 가운데 4개에 불과하다.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은 10월 국감에서 “전체 근로자의 87% 이상이 소득 가입기준을 만족하지만 대상자의 가입은 매우 저조하다”며 “실제 가입할 여력이 있거나 가입을 희망하는 계층이 제외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당시 국감에서 “소장펀드 혜택이 중산층까지 확대되도록 검토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연소득 2900만원 미만인 2분위 소득그룹은 월 흑자액이 27만원에 불과하고, 연소득 4320만원 미만인 3분위 그룹의 월 흑자액은 56만원이다. 이들은 사실상 주식형펀드같은 상품에 투자할 여력이 크지 않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지원부 본부장은 “은퇴 설계의 필요성을 느끼는 30대 후반 이상의 근로자는 가계 평균 소득이 5000만원을 넘어 소장펀드에 가입하기 어렵다”며“소득 기준을 중산층도 포함할 수 있는 8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소장펀드의 가입자격을 연간 총급여 8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로 확대하는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소장펀드는 국내 주식에 40% 이상을 투자한다”며 “이 펀드는 투자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라서 투자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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