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일상화했다? 일상화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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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화하다’ ‘~화되다’ 둘 중 어느 것을 써야 하느냐는 것이다. 며칠 전에도 블랙프라이데이와 관련해 “온라인 해외직접구매가 일상화됐다” “온라인 해외직접구매가 일상화했다” 어느 것이 맞느냐고 독자께서 질문해 오셨다.

 문제는 ‘화’자에서 출발한다. ‘~화하다/~화되다’에서 ‘화’는 한자어로, ‘될 화(化)’자다. ‘되다’는 뜻이 들어 있다. 따라서 ‘화+하다’는 괜찮지만 ‘화+되다’는 ‘되다’는 뜻의 중복이므로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마치 ‘피해(被害)’라는 단어에는 ‘입을 피(被)’자가 들어 있기 때문에 “피해를 입다”고 하면 안 되고 “피해를 보다”나 “피해를 당하다”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것을 ‘선택 제약’이라고 하는데 앞에 있는 단어의 의미 자질, 즉 단어가 가진 고유한 의미 때문에 뒤에 오는 단어가 제약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화되다’를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화하다’가 적절하다. 그러나 ‘~화되다’는 말이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어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은 ‘~화하다’와 ‘~화되다’를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즉 “해외직접구매가 일상화했다” “해외직접구매가 일상화됐다” 둘 다 가능한 표현이다.

 다만 타동사일 때는 ‘~화되다’를 쓸 수 없다. 즉 “절차를 간소화했다”는 되지만 “절차를 간소화됐다”는 안 된다. 우리말을 막 배우기 시작한 외국인이 아니고서야 “절차를 간소화됐다”고 하는 사람은 없으므로 이 경우는 길게 언급할 필요가 없다.

 ‘~화되다’는 의미 중복이어서 싫고 ‘~화하다’는 어쩐지 부자연스러워 내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다소 억지스럽지만 방법은 있다. 아예 ‘화’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해외직접구매가 일상화됐다”는 “해외직접구매가 일상이 됐다”고 하면 된다. “합의 사항이 무효화됐다” “복귀가 기정사실화됐다”는 “합의 사항이 무효가 됐다” “복귀가 기정사실이 됐다”고 바꾸면 된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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