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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3백억 거둬 풍성-무협|경제 단체들 어떻게 돈 거둬 어디에 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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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나 기업·각 단체들을 막론하고 회계상의 송구영신은 한해의 결산과 새해의 예산이다.
정부가 예산을 짜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경련·상의·무협·중소기협 등 각 경제 단체들은 요즘 한창 새해 예산을 짜기에 바쁘다. 또 금년 예산이 바로 쓰였는가에 대해서도 회원들의 승인을 받아야한다. 경제 4단체들의 한해 살림살이는 어떠할까.
무슨 돈을 얼마나 거둬 어디에 쓰며 쓸데 쓰고 있는가를 알아본다.
경제 4단체는 이익을 목적으로 한 단체들이 아니므로 예산상으로는 수입과 지출이 균형으로 짜인다.
대한상의와 무협이 주 세입원으로 회원 업체들에서 걷는 회비는 「세금 아닌 세금」에 가깝고 임의 단체인 전경련이 걷는 회비는 회원 업체들끼리 능력에 따라 사이좋게 배분하는 할당금 성격이다.
대한상의는 애초부터 상공회의소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 법인이며 무협은 민법에 의한 사단 법인이지만 무협 총회의 결의에 의해 이른바 무역 특계 자금을 강제로 거둬들이기 때문이다. 마치 세금처럼 경제가 돌아가는 한 그 수입이 보장되는 탄탄한 세입원인 것이다.
중소기협중앙회도 회원 조합들을 대상으로 회비는 걷지만 워낙 규모가 영세해 수입의 약70% 이상은 정부 보조금이다.
이처럼 각 단체가 살림 밑천을 마련하는 방도는 제각각인 반면 각 단체의 세출 집행 내용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각종 조사·연구·건의·출판 사업과 기타 각종 「회원 사업」·국제 경협 사업 등에 예외 없이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정하고들 있지만 그 비중은 의의로 적다는 점, 또 어느 단체를 막론하고 각 단체의 활동과 갖가지 「관련」 맺고 있는 사회의 각 부분·각 기관들에 대해 지출하는, 이를테면 「사회적인 부담금」 도 적지 않은 수준이라는 점등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이다.
4단체 중 가장 살림살이의 덩치가 큰 곳은 무협-.

<무역 협회>
무역 특계 자금 등록 수회비 (올해의 경우 민간 내수용 원자재 수입액의 0·24%)를 비롯한 회비 수입도 다른 단체와 비교가 안되고 여기에 건물 임대 수입·보유 주식 배당금 등의 수입도 회비 수입에 못지 않아 연간 살림 규모 (82년)가 경제 4단체 중 빼어나게 크다.
수출 특계 자금은 민간 수입 대전의 0·24%를 무조건 떼는 것으로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해마다 늘어 금년에 2백18억원에 이른다.
세금 아닌 세금으로 수입 코스트에 전가되고 원망도 많이 받지만 일방적으로 부과되고 있다. 이 돈이 무역 진흥보다도 다른데 더 많이 쓰이고 있어 항상 말썽거리가 되고 있다.
무협 살림살이의 회계는 수출 진흥 특별 회계 (흔히 말하는 무역 특계 자금)와 일반 회계의 둘로 구분된다. 올해의 경우 특별 회계가 2백18억4전9백만원, 일반 회계가 1백27억6천8백만원으로 두 살림을 합치면 그 규모가 3백억원이 넘는다.
둘 중 덩치가 더 큰 특계 자금은 무협이 매년 상공부와「협의」하여 무역 진흥의 명목으로 여러 기관에 그야말로 골고루 나눠주고 있다. 올해의 경우 특계 자금을 갖다 쓴 기관을 대략 꼽아 봐도 ▲무공해의 홍보 기관인 한국 국제 문화 협회 ▲역시 외무부 소속인 재외 공관들 ▲상공부 (생산성 향상 대책 사업비) ▲무역 사절단 ▲외국어대학 (무역 요원 외국어 교육비) ▲노총 장학회 등 16개 기관에 이른다.
가장 많이 쓰는 곳은 무역 진흥 공사의 1백23억원. 세금 아닌 세금을 거둬 무공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다. 노총 장학회나 기계 공업 진흥회에도 나간다. 쉽게 생긴 돈이라서 그런지 풍성하게 잘 떼어주고 있다.
이중 무협이 갖다 쓰는 예산은 전체의 1·3%인 24억6천만원으로 이는 무협의 일반 회계 수입에도 잡히지 않고 융통성이 많이 부여된 그야말로 「특계」 자금이다.
한편 일반 회계의 세출은 무역 진흥과 직접 관련된 ▲무역 진흥비 ▲회원 사업비 ▲조사비 ▲출판비 ▲도서 자료비 등이 모두 21억l천만원 정도로 연간 전체 예산의 16·5% 수준이고 또 ▲경협 활동 등을 위해 쓴 국제 협력비가 5억2천6백만원으로 전체 지출의 약 4%를 차지한다. 무역은 거두는 돈도 많고 쓰는 돈도 많지만 무역 업계를 위해선 활동이 미흡하다는 여론이 많다.

<대한상의>
주된 수입원은 올해의 경우 81년 외형 2억원 이상의 서울 지역 상공업체들을 대상으로 81년 부가세 납부액의 0·5%씩을 걷은 정회원 회비. 전체 수입 12억2천9백만원 중 72·4%인 8억9천만원에 달한다.
상의 회비도 세금 아닌 세금인데 막상 회비를 낸 기업들은 상의가 경제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치 못한다하여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상의의 살림 규모가 무협의 그것에 비해 이처럼 초라한 (?) 것은 전국 방개 지방 상의와는 살림살이를 따로 하기 때문.
대한상의는 올해 ▲조사·연구·건의 사업에 전체의 8·7%인 1억6백90만원 ▲상공 신흥사업 (정부 각료 초청 간담회·상공의 날 행사·기업인 세미나 등)에 전체의 13%인 1억6천만원을 썼고 ▲국제 협력 사업에 9천1백만원 (7·4%) ▲공장 새마을 운동과 기업체 정화 운동 추진비로 1억5친3백만원 (12·4%) 등을 썼다. 상의는 특히 세계 어느 나라에나 그 조직이 있는 관계로 대한상의의 예산 지출에는 민간 베이스로 이루어져야만 자연스러운 경협 사업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전경련>
가장 재력 있는 회원들을 망라하고 있는 전경련이지만 올해 살림 규모는 22억9천8백만원 정도로 비교적 적다. 전체 세입의 90%이상이 회비 수입으로 각 회원사의 「실력」에 따라 납부하는 회비도 큰 차이가 나고 이는 바로 전경련 내에서의 발언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특이하다.
임의 단체인 만큼 ▲경제 조사비 ▲산업 진흥비 ▲국제 경협비 ▲출판 인쇄비 ▲회원 사업비 ▲부설 연구 기관인 한국 경제 연구원 지원비 등 경제 단체로서의 고유한 기능에 쓰는 경비가 전체 살림의 50% 이상인 점도 특이하다. 이를테면 기업성이 가장 두드러진 경제 단체인 셈이다.

<중소기협중앙회>
연간 예산이 24억4천3백만원으로 전경련보다도 규모가 크지만 정부 보조가 74·5%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출 내용도 단출해 조사비로 1억6천9백만원 (6·9%)을 쓰고 나머지는 주로 지부 운영비·인건비·관리비 등으로 나간다. 한편 각 경제 단체 회장들이 쓰는 개인 지출도 각 단체의 성격이나 회장 개인의 성격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가장 사재를 많이 써야하는 자리는 전경련 회장으로 연간 3억∼4억원 정도는 써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중소기협중앙회장도 상당한 개인 지출을 감수해야 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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