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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장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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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멀지않아 온 산의 오갈피나무가 말라죽을까 걱정이다. 일명 두릅나무, 오가피나무라고도 하는 활엽관목(관목). 요즘 소련에서는 바로 이 오갈피나무과에 속하는 「엘류데로코커스」 (Eoeutherococcus)라는 나무의 농축액이 강장제로 각광을 받고 있다.
나무의 약자를 따서 「ES농축액」으로 불리는 이 약은 이미 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출전하는 소련 선수들이 복용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어제 중앙일보「의학화제」).
물론 구전의 향약만은 아닌 것 같다. 소련 과학 아카데미, 시베리아지부의 「브레프만」이라는 학자가 약리실험까지 해보았다.
가령 ES농축액을 먹인 쥐는 수영 지속시간, 장거리 달리기, 스트레스 해소, 방사선 방어능력 등에서 현저한 효과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오갈피나무는 중국 원산으로 우리나라에도 경남, 충남을 제외한 전역에 분포되어 있다. 필경 「ES나무」도 찾아보면 어딘가에 자생하고 있을 것이다. 시베리아의 풍토를 견디어 내는 나무가 한반도에서 뿌리를 못 내릴 이유는 없다. 문제의 ES나무는 해발 8백m 이상의 고산에서 자라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시베리아 장수촌의 노인들은 산사자를 즐겨 먹고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능금나무과에 속하는 산사나무는 우리나라의 중부 지역에서도 자라고 있다. 산사자는 바로 그 나무의 열매다.
의학자들은 일반적으로 강장제와 같은 약재나 약품에 냉담한 편이다. 병적인 상태라면 당연히 치료약을 쓸 일이지, 무턱대고 강장이나 보정을 하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사람이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산소가 있어야 한다. 산소를 많이 섭취하려면 무엇보다도 운동량이 많아야 한다. 정력적인 사람은 결국 산소를 많이 소모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일수록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한다.
그러나 정신의학자의 견해는 좀 다르다. 역도선수라도 정신적으로 침체하면 무력감에 빠진다는 것이다. 정신의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한 말이다.
결국 사람의 활력은 평소의 쾌활한 생활과 활동에 있다. 규칙적인 운동 이상의 보약은 없는 셈이다. 요즘 사람들이 강장제나 강장음식이라면 무엇이든 찾아 먹는 것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이것은 역사상 제왕들이 50수를 넘기기 어려웠던 경우를 생각해도 알 수 있다. 의료수준은 낮았다지만 「불로」나 「장수」의 약은 달리 구하지 못했다는 증거도 된다.
의학적으로는 강장제의 남용으로 오히려 우리 몸의 자동 조정장치와 기능이 마비 또는 퇴화한다고도 설명한다.
차라리 어떤 의학자는 댄디즘을 권하기도 한다. 멋있게 살라는 얘기다.
정신의 멋, 생활의 멋을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서양의 70대 노부부가 서로를 『허니』나 『보이』로 호칭하는 경우를 본다. 우리네의 풍습으론 얼굴 붉어질 일이지만, 그들 사이엔 그런 정신적 청춘과 멋이 통한다.
강장제 만능의 세태에 새삼 생각나는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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