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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재판에 흥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변호인은 증거가치판단에 있어 고문과 위협으로 조작된 양피고인의 수사기관 진술은 임의성이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특히 공소사실을 번복한 양피고인의 2심진술에 맞서 공소사실을 입증해야할 책임은 검찰에 있음에도 검찰은 방증을 제시한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변호인 2심의 졸속재판에 흥분해 있는듯 했다. 그런 흥분이 말썽을 일으켰다. 조봉암담당 신태악변호인은 『죄없는 진보당원에 대해 검사나 판사는 이를 그릇되게 재판해서는 안된다』고 전제한뒤 조선시대의 갑자칠화률 인용, 『연산군의 모친을 죽인자들이 3년후 연산군에게 죽음을 당했다.
검사나 판사가 만일 그릇된 판단을 한다면 진보당이 득세했을때 보복을 당할것』이라고 탈선발언을 한것.
검찰은 이 발언을 「사법제도를 무시한 중대 실언」이라고 규정, 서울지검 이주식검사로 하여금 신변호인의 법정모욕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도록 했다.
결국 변호인의 발언파동은 신변호인이 결심공판 직전 변호인 사퇴계를 법원에 제출하고 진보당사건에서 손을 땜으로써 수습됐다.
마지막 절차인 피고인 최후 진술에서도 새사실이 폭로돼 파문을 던졌다. 그 하나는 권대면피고인의 진술. 『홍원일로부티 중대정보를 듣고 사건발생 3일전 새벽 홍과 함께 죽산댁으로 갔다. 내가 먼저 죽산에게 가서 홍의 방문을 전했더니 죽산은 <부산정치파동때 그 형제가 붙들려 갔었지…그뒤에 원일이는 치안국에 나가게 됐다고 하면서 내게 왔던데…>라고 했다.
홍은 혁신지도위원회사건에 연루돼 수감됐다가 경찰의 주선으로 풀려나 치안국자문위원으로 있었다. 죽산을 만난 홍은 서정학치안국장이 중요회의에 다녀왔는뎨 진보당간부 검거방침이 그 회의에서 결정됐다고 전하면서 죽산의 해외망명을 권유했다. <이번 사태는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됩니다. 망명주선은 제가 해드리겠읍니다>라는 것이 홍의 간곡한 권유였다.
죽산은 심상찮은 움직임이 있다는건 며칠전부터 들었다면서도 나 한사람 편하자고 동지들만 고생시킬수 없다고 했다. 끌내 죽산이 망명을 거부하자 홍은 그렇다면 죽산이 서대문구에서 국회의원에 입후보한다는 방침을 확정해 발표하라고 했다.
그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했더니 <사실은 1월6일 열린 검·경 고위관계자회의는 상부지시에 따라 진보당사건을 만들기로 결정을 했다. 서대문구는 이기붕국회의장의 선거구인데 죽산의 서대문구출마방침이 발표되면 이의장은 경쟁자를 구속했다는 말을 듣기싫어 이 사건을 중지시킬 가능성도 기대할수 있지않으냐. 이것을 할수있다고 본다>라고 했다.
나는 죽산의 양해를 얻어 그날낮 조규희선전위원장을 만나 죽산의 서대문구 출마를 밭표해 달라고 애기했다. 그랬더니 조위원장은 그러자면 상무위원회를 열어 결정을 보아야만 공식발표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로서는 홍원일씨가 전해준 진보당간부 구속결정의 대책이라고 실토도 할수 없고 해서 죽산에게 다시가 조위원장의 말을 전했더니 죽산도 <상위를 열어 결의를 하긴 해야지…> 라는 대답이었다. 이래서 상위를 소집하기로 하고 그 준비를 하고 있는데 11일 낮에 홍은 나를 부르더니 죽산구속에 관한 발표문도 이미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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