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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불장난 누가 했는지 밝혀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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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걸음걸이는 당당했다. 얼굴 표정은 불쾌한 빛이 역력했다.

 10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위해 취재진 앞에 등장한 정윤회씨의 모습이다. 그가 공개적인 자리에 나타난 것은 근 10년 만이다.

 정씨가 출석하기 1시간 전부터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은 몰려든 취재진 200여 명으로 북적거렸다. 오전 9시47분. 정씨가 탄 검은색 에쿠스 차량이 현관에 들어섰다. 차에서 내린 정씨는 검은 코트에 하늘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금속 테의 안경을 쓰고 있었다. 지난 7월 본지 인터뷰 당시 흰머리가 많았던 머리카락은 검게 염색했다.

 정씨의 뒤로 이경재 변호사 등 변호인과 수행원 3~4명이 동행했다. 정씨는 국정 개입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 “사실이 아니다”며 "이런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연락하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짧게 답했다. 정씨가 검찰청사로 들어간 뒤 정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정씨가 국정을 농단했다며 고발한 야당을 무고혐의로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때문인지 검찰의 이례적인 조치가 이어졌다. 중앙지검은 정씨의 신변보호 요청에 따라 검찰 직원 10여 명을 현관에 배치했다. 정씨는 조사실로 향할 때도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직원 전용 출입문을 통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통상 고발인이나 참고인은 청사 1층 안내데스크에 신분증을 맡긴 뒤 방문객 출입문을 이용한다. 정씨에 대한 조사가 밤늦게까지 진행된 4층의 출입도 이날 하루 전면 통제됐다.

 검찰이 중요 사건 수사 때 보안상 이유로 일부 층의 취재진 출입을 막아왔으나 특정인의 조사를 이유로 출입을 통제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정씨에 대한 특별대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취재진이 몰리는 데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일 뿐 과보호를 한 건 아니다”고 했다.

이유정·윤정민·장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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