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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정신 질환 학업 고민이 주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청소년들의 정신질환 발병원인이 종전의 가정문제에서 학교 또는 학습문제로 급전하는 추세로 변모되고 있다. 68∼70년 사이에는 가정불화·편모·편부등 가정결손이 정신병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이돼 전체발병환자의 46.4%나 차지했으나 80∼81년에는 거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시험에 대한 강박관념·진학의 고민·학과 선택의 갈등 같은 학교문제로 인한 발병비율은 반대로 2배 가까이 늘어난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최근 전과(전과)로 고심하다 정신질환이 발병, 끝내는 교수를 살해한 서강대 전자공학과 4년 최진철군(25)과 어머니를 살해했던 서울대의과대학3년 김종호(24)군등 전례 없던 잇단 정신질환대학생의 살인사건도 이같은 발병원인의 변화추세와 일치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있다.
24일 중앙대의대 부속성심병원 신경정신과 교수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68년부터 81년까지 14년 동안 성심병원 신경정신과에 입원한 청소년환자(12∼21세)는 모두 8백77명.
이중 가정문제로 인한 발병비율은 68∼70년 사이엔 전체 발병환자의 46.44%에서 77∼79년엔 33.5%로 떨어졌고 80∼81년에는 24.2%로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이에 비해 학교·학습문제로 인한 발병비율은 68∼70년 사이 24%에서 77∼79년엔 38%로 늘었고 80∼81년에는 거의 2배인 44%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밖에 이성·경제 문제로 인한 발병은 10년 동안 각각 6%선을 넘나들어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학습문제로 인한 청소년층의 정신질환은 ▲시험과 성적에 대한 강박관념 ▲대학선택과 진학 ▲대학 또는 전공학과에 대한 불만 ▲졸업정원제이후 치열한 경쟁의식 ▲취업 문제등 다양한 원인으로 분석되었다. 이들의 정신질환 증상은 두통이 24%로 가장 두드러졌으나 비현실적인 사고(사고) 13.6%, 피해망상 12.7%, 우울증 16.2%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청소년환자의 학교별 비율은 고교3년∼대학생 연령층인 18∼21세가 5백33명으로 전체의 63.1%를 차지해 두뇌가 발달하고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정신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사질을 입증했다.
지난19일 교정에서 스승을 살해한 서강대 최군의 경우 전공학과에 대한 불만으로부터 시작, 전과 이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성적이 나빴고 취직시험에 여러 차례 낙방했던 충격이 복합돼 피해망상으로 굳어졌다는 것.
최군은 고교때까지 학교성적이나 가정 생활등이 원만했으나 대학3년때 학과를 바꾼뒤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성적마저 떨어지자 우울증이 생겼다는 것.
S대 의대 K군(20)의 경우도 고교시절 항상 1,2위를 다퉜으나 지난 3월 대학 진학후 첫 시험에서 의외로 저조하자『이렇게 해서 졸업정원제에서 탈락하겠다』며 고민하다 정신질환에 걸렸다는 것.
◇서울대 원호택교수(심리학)=청소년의 정신질환요인은 여러 환경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현행 대학제도가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누적시킬 수 있는 요인을 충분히 갖고있다.
고교시절엔 거의 수동적으로 공부했으나 대학에 들어와 자신이 강의를 선택하고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부담감과 졸업정원제에 들기 위해 동료들과 경쟁해야한다는 긴장·억압이 이들을 정신질환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쌓일수록 친구교제· 스포츠· 오락등을 통해 해소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대학의 현실은 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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