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J Report] 황금어장 옆에 두고 한국은 멀뚱멀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한국은 어떤가. 국내 병원들은 한마디로 중국이라는 황금어장을 옆에 두고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최근 중국 의료산업 현황을 돌아보고 온 김원호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국내 병원도 중국에 진출해야 하는데 너무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걸 실감했다”며 “병원이 진출하면 의료장비·소모품·의료전산·의료교육이 모두 따라가기 때문에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중국 내 민영기업 187위인 신화진(新華錦)그룹과 손잡고 칭다오(靑島)에 병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국내 병원은 성형·치과 클리닉 진출에 그쳤고 대형 병원 브랜드를 내걸고 진출한 적이 없었다. 김 교수는 “10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시작해 향후 3000병상을 갖춘 매머드급 종합병원으로 확장할 계획이지만 해외 진출 경험이 없어 넘어야 할 산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병원은 만성적인 경영난을 겪고 있다. 세브란스는 매출이 1조8000억원이지만 순이익은 사실상 제로다. 국내에서는 의료산업이 산업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의 의료산업은 또 하나의 삼성전자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의료 인력은 물론 의료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병원은 이과에서 교과성적 상위 1% 이내에 드는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러니 기술력은 세계 정상급일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7대 암 5년 생존율은 미국을 압도한다. 5년 생존율은 확정 진단 또는 수술 뒤 5년간 생존할 확률이다. 한국은 위암이 65.3%에 이르러 미국의 26%를 배 이상 앞선다. 간암 역시 25.1%로 미국의 13.6%보다 배가량 생존률이 높다. 자궁암·대장암·갑상선암·유방암·췌장암도 모두 미국을 능가한다.

 보건·의료는 금융·교육·관광과 함께 박근혜 정부가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로 꼽은 5대 서비스산업에 포함돼 있다. 그런데 진척이 없다. 국내에서는 민간 자본이 병원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투자개방형 병원 허용이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돼 왔지만 의료비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반대의견에 부닥쳐 제자리 걸음이다. 국내 병원산업이 해외로 나가면 파급 효과가 크다. 특히 중국은 급증하는 의료수요를 자체 능력으로 충족하기 어려워지자 앞으로 2~3년 안에 민영 병원의 비중을 현재 10%에서 20%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김원호 교수는 “10%포인트만 해도 국내 병원산업 전체 규모를 능가할 만큼 시장이 크다”고 말했다.

김동호 선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