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성분에 약효함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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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장수와 강장·강정의 영약으로 널리 알려진 인삼의 효능을 밝혀보려는 연구가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 과학이 고도로 발달된 오늘날에도 인삼이 아직 신비의 베일을 완전히 벗지 않은 이유는 화학적인 성분만으로는 인삼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 인삼을 거대한 바위산에 비한다면 이제 몇 개의 등반로가 개척되고있는 단계에 불과하다. 12일 고려인삼학회가 마련한 정기학술회의에서도 그 사이 인삼에 도전, 효능의 일부를 밝혀낸 학자들의 논문 19편이 발표됐다 이날 발표된 내용 중 일반의 관심이 높은 항암·간 보호 등 몇 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인삼의 약효를 재조명해 본다.

<「인삼 학술대회」에 보고된 성분과 효능>

<항암작용>인삼에서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는 약효중의 하나로 이날 학술대회에서 하대유 박사(전북대 의대), 황우익 박사(고려대 의대)가 각각 종양억제 효과를 발표했다.
하박사는 발암제(3-MCA)를 인공적으로 처리, 피부암을 일으킨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인삼을 투여한 경우에는 종양발생율 및 개체당 종양크기나 수가 현저히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또 약제 투여방법에 따른 암 발생 쥐의 생존율을 비교한 결과 ①항암제+인삼 ②항암제 ⑧인삼 ④대조군(식염수) 순으로 생존율이 높았으며, 항암제는 특히 인삼과 함께 사용할 때 그 효능이 더욱 증대된다고 연구결과를 밝혔다.
황우익 박사는 『임파성·백혈병 세포와 육종암 세포에 대한 인삼추출물의 증식억제효과연구』에서 인삼에서 추출한 지용성물질(사포닌은 수용성)이 종양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현저한 반면, 파낙스디올·파낙스트리올·디올사포닌·트리올사포닌 등 사포닌계 수용성 성분에서는 전혀 그런 작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이 지용성 추출물을 투여한 육종암 쥐에서 혈액의 혈색소치 증가가 뚜렷해(암세포는 혈색소치를 감소시킴) 인삼이 빈혈에도 좋은 효과를 갖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 같은 조혈기능은 전세열 실장(한림대 임상영양 연구소)팀에 의해서도 보고되었다.
전실장팀은 위암환자에게 홍삼과 항암제 등을 투여한 결과 홍삼투여군이 함암제투여군에 비해 백힐구·적혈구 수가 현저히 증가하여 홍삼이 빈혈에 주효하며 결과적으로 암과 싸울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간기능 회복작용>
지난 10월 대한 약학회에서 허근교수(영남대)가 인삼은 알콜의 중간대사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산화시켜 알콜로 인한 유해작용을 예방, 간기능 이상을 치료할 수 있다고 보고한바 있었다. 이날 한덕주 교수(중앙대)도 간에 독성을 일으킨 동물실험에서 인삼배당체가 간기능을 정상으로 회복시킨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즉 간의 상태를 알수있는 SGOT가 3백51±8·1이던 것이 배당체 투여군에서는 그 성분에 따라 1백49.3∼1백74.5로 크게 저하되었으며, 또 쥐의 복부에 감마선을 수직조사하여 장관에 병변을 일으킨 쥐 실험에서 감마선으로 인해 병적으로 바뀌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도 있음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기타작용>
서울대 의대 임정규 교수는 그동안 연구 발표된 인삼의 약리작용을 종합, ▲중추신경계에 대한 인삼의 작용은 흥분·억제 양설이 있으나 대체로 소량인 경우 흥분작용이, 과량인 경우는 진정작용이 강하다 ▲정신활동을 촉진시켜 정신력·집중력을 증대시키고 심리적 안정상태를 유지해준다 ▲스트레스를 방어·해소하는 항피로 효과가 있다 ▲콜레스테롤을 억제해 동맥경화증의 예방·치료에 유효하다 ▲과혈당을 경상혈당치로 억제해 당뇨병의 예방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 등으로 요약했다.
이 밖에도 인삼은 노화방지를 비롯해 심장병·고혈압·위궤양 등에도 좋은 약효를 보인다는 연구논문 등이 있었다.
이날 큰 관심을 끈 것은 한병동박사(서울대 생약연구소장)가 발표한 『인삼의 유효성분에 대한 고찰』. 한교수는 69년 소련의 「브레크만」박사가 사포닌에 대한 적응 인자설을 발표한 이후 인삼의 약리연구 중 대부분이 사포닌에 집중되어 있고, 또 사포닌이 유효성분이라고 보고되고 있으나 자신의 연구결과로는 인삼 중 약리 효능을 갖는 성분은 사포닌에 붙어 다니는 비사포닌성 미량성분(폐놀성분)에 의한 것이라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는 쥐를 이용한 수영실험결과 페놀성 성분(말톨·살리실산 등)을 투여한 군에서는 수영시간이 50%정도 연장되었으나 순수하게 분리한 사포닌 성분만을 투여한 쥐들에서는 전혀 그런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항피로 효과는 사포닌 성분이 많은 미량보다 본 뿌리인 주근부가 더욱 강력한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 관심을 끌었다.
한박사는 사포닌 성분의 효과를 현단계에서 부정하기는 어려우나 사포닌에 섞여있는 사포닌이 아닌 미량성분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고려대 황박사의 연구에서도 비사포닌계의 지용성 물질에서 종양억제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한박사의 비사포닌계 유효설은 앞으로 인삼연구의 새 방향을 제시하는 의의 있는 연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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