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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에 나오는 얘기 … 겁나는 일 없어" 정면돌파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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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정치민주연합은 7일 정윤회씨와 청와대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총 1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새정치연합 박범계·김민기 의원(오른쪽부터)이 고발장을 들고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김형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찌라시(증권가 정보지)’란 단어를 직접 사용했다.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 당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다. 박 대통령은 비선 실세 논란에 대해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선 비선 실세 논란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엔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루머’라는 정도의 표현을 썼지만 이날은 논란에 대해 직접 ‘찌라시’에 나오는 얘기라고 쐐기를 박았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통화에서 밝힌 “시중에 나도는 찌라시 수준의 정보라 내 선에서 묵살했다”는 인식과 같다.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 후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데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및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의 폭로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하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 박 대통령은 오찬 마무리발언에서 “나는 겁나는 일이나 두려운 일이 없기 때문에 흔들릴 이유도 없고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 말이 많지만 박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밝힌 것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검찰 수사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문건 내용이 명명백백하게 허구라는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찌라시’란 단어까지 언급한 만큼 만약 수사 결과 정윤회씨 등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이번 문건 파문이 일고 난 이후 단호한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논란의 중심에 뛰어들지 않던 평소 스타일과는 다르다”며 “국정을 다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그만큼 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주 부산에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 정상회의가 열리는 데다 연말·연초엔 그동안 추진해온 국정과제들을 놓고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공무원들을 다그쳐야 할 상황인데 세월호특별법 때문에 못하고 이번엔 문건 때문에 못한다는 생각에 박 대통령이 몹시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김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우리 경제가 한시가 급한 상황인데 소모적인 논란으로 국정이 발목 잡히는 일이 없도록 중심을 잘 잡아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새누리당에서 혹시 터져 나올지 모를 김기춘 실장과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방(이재만 총무·정호성 1부속·안봉근 2부속)에 대한 책임론 등을 차단하기 위한 발언이란 관측이 나왔다.

글=신용호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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