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한테 망신당한 네이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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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군 특수부대가 예멘에서 자국인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심야 작전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테러단체인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에 납치됐던 미국인 인질 루크 소머스(33)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피에르 코르키(56) 등 2명은 모두 AQAP에 의해 살해됐다.

 미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구출 작전은 지난 6일 오전 1시(예멘 시간) 시작됐다. 미국 해군특전단(NAVY SEAL) 병력 40명은 수직이착륙기인 V-22 오스프리 2대로 예멘 남동부 샤브와주에 착륙했다. AQAP 은신처가 있는 다파르 마을까지 10㎞ 떨어진 지역이었다. 해군특전단은 착륙 직후 야간 투시경을 착용한 채 은밀하게 이동했으나 은신처를 100여m 앞두고 노출됐다. 로이터 통신은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개들이 짖는 바람에 이들의 접근 사실이 발각된 것”이라고 전했다.

 직후 10여 분간 총격전이 벌어졌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이때 AQAP가 인질들에게 총을 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총격전 끝에 미군 특수부대원들은 AQAP 조직원 6명가량을 사살했다. 그러나 인질 1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남은 인질 1명은 해군특전단이 V-22 오스프리로 미군 상륙함인 USS 마킨아일랜드에 후송했지만 결국 숨졌다. 총격전 시작부터 철수까지 30분가량이 걸렸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AQAP가 소머스를 72시간 안에 처형하겠다고 공개한 뒤 작전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구출 작전의 실패로 여론의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남아공 구호단체인 ‘기부자의 선물’은 “코르키가 7일 석방될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끝날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구출작전 당시 코르키가 소머스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예멘타임스 기자로 활동하던 소머스는 지난해 9월 납치됐으며 예멘에서 교사로 있었던 코르키는 지난해 5월부터 억류돼 있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테러범들의 야만적인 행위로 숨진 이들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는 성명을 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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