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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여성교육의 현대적 의의…손직수교수|여성의 정숙·검소·근면등은 오늘날도 본받아야 할 덕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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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조선시대 여성교육은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졌으며 그것은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가질까.
성균관대 대동문학연구원(원장강신항)이 5일 이 대학에서 가진 제8회 동양문화 학술회의(주제 「16세기 이후 동양3국의 교육난에서 손직수교수(성균관대)는「조선시대 여성교육내용의 연대적 의의」를 발표하면서『우리는 서구화의 물결에 떠밀려 우리의 전통적인 여성교육을 무조건 낡은 유물로만 여져온 점을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시대 여성교육은 비록 학교 아닌 가정에서 비형식적인 교육으로 제한된 계급의 부녀자에게 행해졌지만 그 내용면에선 그 시대에 퍽 적절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계승해도 좋을 부분이 상당히 있다는 것.
손교수가 조선시대 여성교육의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분석한 고전은 당시 여성 교훈서 가운데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소혜왕후 한씨(1437∼1504년)의 『내훈』, 퇴계 이황 (150l∼1570년)의 저술로 전해지는 『규중요람』 (규중요람) , 우암송시열 (1607∼1689년) 의『우암션생 계너셔』 (우암선생계녀서),그리고 아형 이숙노(l741∼1793년)의 『사소절』부의편 등 4권.
이들 고전은 그 저자가 15∼l8세기의 각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교육사상가이고 조선시대에 한글만을 해득하는 여성들도 여성교육 훈서로 많이 읽었을 것이며 내용도 모든 여성의 생활전반에 두루 걸치는 것들을 중심으로 그 실천을 강조하고있다.
손교수는 이들 고전의 내용을 분석▲성품·언어·행동·교양 등 수신교육내용▲혼례·부부·효친·돈목 등 인륜교육내용▲복식·제사·손님접대 등 가사교육내용▲태교. 육아법·자녀교육·혼전교육 등 자녀교육 내용 등으로 나누어 살펴봤다.
우선 유교중심의 조선사회에선 여성교육도 예외 없이 수신을 강조, 모든 여성교육서의 첫장을 장식하고 있다.
여성의 성품에선 조선 전기의『내훈』『규중요람』에 여성의 이상적인 성품을 청한정정에 두고 이상적인 여성상을 요조숙녀에 뒀는가하면 조선 중기이후의 『우암션생계녀셔』『사소절』에선 정일과 화순, 근면과 검박등을 일깨우고 있다.
조선 전기엔 여성적인 성격을 지향하고 중기 이후엔 이에 더하여 실생활인으로서의 숙덕이 높은 부녀상을 그리고 있는데, 이는 현대여성에게도 길러줘야 할 덕목. 다만 여성을 일방적인 정숙·인고·희생의 존재로 만들어 자아실현의 소지와 인식마저 상실케 한 점은 비판받아야 할 것이라고.
언어생활에서도 우암은『백항 중에 말을 삼가는 것이 제일 가는 공부』라고 가르쳤는데 이 훌륭한 가르침도 지나치게 강조, 여성들로 하여금 언어생활에 두려움을 갖게까지 한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인륜교육에서, 혼례는 유교중심의 전통사회에서 인륜의 시초요 예의의 근본으로 봤는데 이는 특히 남녀관계가 문란한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손교수는 또한『내훈』등의 부부관을 살펴보면 「부부는 평등하다』는 유교본래 (선진유교)의 평등 호혜적인 윤리관계를 찾을 수 있어, 오늘날 조선 전시대를 일관하여 남존여비의 수직윤리에 따라 일방적인 복종만 강요당했다고 보는 통념은 온당한 견해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정교육에서 특기할 점은『사소절』에 『부인이 바느질과 짜기, 음식하는 법을 알지 못하면 이는 장부가 시서와 육예를 알지 못함과 같다』 면서 전문서적을 통해 학습할 것을 주장한 내용.
2백여 년이 지난 오늘날 과연 주부들의 「의식지정」이 남성들에 의해 얼마만큼 인정받고 있으며 주부들 또한 의식생활을 얼마나 공부하고 실습하는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손교수는 말했다.
전곡이나 옷감에 대한 계량적인 이해를 일깨우고 이에 대한 기록부의 활동을 권장해 일찌기 오늘날의 가계부 형태가 출현, 경제적인 가계운영을 해왔으며 손님접대는 제사모시는 일 다음으로 중요시했다.
한편 자녀교육면에서는 여성의 역할 중 모성의 역할을 극히 중시, 자녀교육은 태아기로부터 시작하여 결혼 전까지 계속됐다.
손교수는 「세상인심이 박정하고 사회가 인간을 소외하는 이 마당에 사람과 평화의 상징인 여성의 올바른 역할의 회복은 참으로 아쉽다』고 말하고, 외래사조에 혼미한 현실에서 우리 역사와 전통의 맥락 속에서 새로운 여성교육관의 정립을 모색하려는 연구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랐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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