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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 청와대 비서관, 공기업 사장 인선 개입설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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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비선(秘線) 실세 논란이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방(이재만 총무·정호성 1부속·안봉근 2부속비서관)으로 향하고 있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각종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다.

 그간 업계나 공공기관에선 이 비서관을 둘러싼 소문이 적잖았다. 광고업계엔 지난 7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 공모 때 이 비서관이 영향력을 발휘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당시 코바코 사장 1차 공모엔 조모 전 서울광고기획 부사장 등 4명이 지원했다. 업계엔 조 전 부사장이 정윤회씨의 측근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친박근혜계 인사는 5일 “조 전 부사장은 정윤회씨의 측근이라기보단 이 비서관이 민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비서관이 같은 대학 신문학과를 나온 조 전 부사장을 사장에 앉히려 했다는 주장이다. 코바코 임원추천위원회는 당시 4명 모두 부적격 처리하고 사장을 재공모했다. 그런 끝에 곽성문 전 의원을 사장에 발탁했다. 코바코 주변에선 “곽 전 의원이 사장으로 내정됐다가 이 비서관이 나중에 조 전 부사장을 밀었지만 다시 곽 전 의원으로 결정된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이런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건 한양대 출신들이 공공기관에 약진하면서다. 한양대 경제학과 출신의 서종대 한국감정원장은 지난 1월 금융공기업인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직에서 임기를 10개월 남기고 물러났다. 특별한 해명이 없어 한때 정권 외압설이 제기됐으나 지난 3일 한국감정원장으로 취임했다. 한 번도 하기 힘들다는 공공기관장을 두 번이나 맡은 것이다. 이외 정보기술 관련 기관장, 전기 분야 공기업 사장, 원자력공기업 이사장 등이 한양대 출신 기관장들이다.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 고위 공무원(1급 이상) 310명 중에는 20명(2월 20일 기준)이 한양대 출신이다. 서울대(109명), 연세대(27명), 고려대(25명)에 이어 성균관대와 함께 20명으로 공동 4위다.

 이 비서관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도 ‘한양대 동문’이라는 점을 고리로 나왔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언론 인터뷰에서 “김종 문체부 2차관과 이 비서관은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면 정확하다”며 “(김 차관과 이 비서관의) 인사 장난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차관은 한양대 신문학과를 나왔다. 하지만 김 차관은 “이 비서관과는 전화 통화 한 번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앞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지난 2일 “이 비서관이 내게 전화해 ‘(정윤회씨) 전화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면서 이 비서관과 정씨가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왔을 것이란 취지의 의혹도 제기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인사개입 의혹에 관한 의혹 일체를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 비서관은 본지 통화에서 “유진룡 전 장관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코바코 인사 개입 의혹도) 전혀 사실무근이다. 코바코엔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요즘 한양대만 나오면 (내가) 다 했다고 그러는데…한양대라고 갖다 붙인다면 정말 코미디다. 김종이라는 사람도 전혀 모른다. 국무회의에서 차관이라고 해서 인사한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희·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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