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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공부했다" -82년도 대입 수석합격자 체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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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번 쓰라린 패배를 맛보고 재수를 했던 나는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을 생각할 때마다 새로운 감회를 느낀다.
작년 이맘 때 시험을 앞둔 한달간의 정리에 많은 도움을 준 것은 학년초부터의 규칙적인 생활습관이었다.
입시학원을 다니면서도 밤 12시 취침과 아침5시30분 기상은 어떤 일이 있어도 꼭 지켜놨다.
또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 그날의 시간표를 보며 오늘은 어떤 내용의 수업을 받을 것인가를 대충 훑어보고 수업이 끝나면 저녁7시까지 학원도서실에서 그날의 수업내용을 정리했다.
학력고사를 두달정도 앞두고는 모든 과목을 3부분으로 나누어 1단계·2단계·3단계로 구분, 정리해 잘 잊어버리거나 혼동이 되는 것들은 따로 과목별로 노트를 마련했다.
3단계까지 끝난 다음 약20일간의 기간에는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을 정리해 나갔다.
이때도 물론 시험 전 2∼3일간이나 당일을 위해 짧은 시간동안에 볼 수 있는 메모를 해두었다.
과목별로 보면 국어는 공부한 만큼의 점수를 확실히 얻을 수 있는 고문에 치중했다. 훈민정음을 외고 각 장르간의 시대구분과 주제등을 비교해 보았고 관동별곡은 여정과 장소를 알 수 있도록 여러 번 되풀이해 읽었다.
현대문은 각 만원별로 어떤 내용인가를 파악했으며 시는 여러 번 읽어가며 같은 소재나 주제를 가진 시끼리 연관시켜보았다.
영어는 시간을 줄여가면서 그동안 정리한 단어나 숙어·메모 등을 보았다.
수학은 각 단원의 내용과 공식이 정리되어있는 문제집을 이용해 유형별 문제들을 익혔으며 이들 문제에 어떤 공식이 필요한가를 연습했다.
과학과목은 주로 문제집을 사용해 자신 있던 물리를 완전히 정리하고, 부족하던 생물을 보충 공부했다.
나의 생각으로는 어중간한 과목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자신 있는 과목에서는 확실한 점수를 확보하고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
암기 과목에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국사였다. 국사는 배점상으로 보아 점수배당이 높지만 좋은 점수를 얻기에는 힘든 과목이라 생각한다.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을 살펴본 뒤 각 시대간의 정치와 문화를 비교해 차이점을 파악하고 시대가 바뀔 때의 대외적인 상황과 민중의 반응, 법과 제도의 개편 등을 살펴야한다.
또 소단원의 세부적인 사항보다는 소단원 제목에 대한 포괄적인 의미를 본문중에서 찾도록 해야한다.
이제 학력고사를 한달 앞둔 지금, 가장 좋은 정리방법의 하나로는 1년간 학교나 학원에서 보아온 시험지들을 꺼내보는 것이다.
그 당시 틀렸던 문제들을 교과서나 참고서를 찾아서 확인하고 좋은 문제였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학력고사에는 보편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문제들이 주로 출제되고 학교에서 본시험 또한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이 출제되기 때문이다.
즉 지금까지 보아온 시험지는 적중률이 가장 높은 예상 문제집인 것이다.
그러나 공부하는 방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수험생들의 마음가짐이다.
학력고사를 한달 쯤 앞두면 책상 앞에 앉아서도 공부이외의 잡념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시험의 결과에 대한 조바심, 시험을 끝내고 나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 하는 계획을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걱정과 들뜬 기분으로 귀중한 마지막 한달을 낭비할 수도 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학년초로 돌아가서 그때의 굳은 마음을 한번쯤 되새겨보는 것이 좋다.
끝으로 수험생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지금 닦은 실력은 학력고사뿐만 아니라 대학진학 후에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고 열심히 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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