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패션 러시아 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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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패션 여행은 보다 특별한 곳으로 떠나야 할 듯싶다. 러시아의 향취가 한껏 묻어나는 에스닉한 룩이 대세를 이끌 전망이기 때문. 지난 시즌에도 자유분방한 보헤미안 룩과 에스닉이 인기를 끌었지만 가을과 겨울이라는 계절에 맞춰 색감이 더욱 깊어졌다. 블랙과 베이지, 브라운 등의 내추럴하고 짙은 컬러가 동유럽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여기에 수공예를 연상시키는 꽃무늬가 들어간 블라우스, 러시아 민속 의상과 같은 조끼, 손뜨개 니트 등이 두드러진다. 러시아 풍의 옷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연출하기에는 다소 촌스러워 질 수 있다. 베이식한 이너웨어에 러시아풍 재킷을 입거나, 조끼를 덧입는 정도의 센스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에스닉한 귀고리나 여러 겹으로 길게 늘어뜨린 목걸이는 올 가을 매우 유용한 아이템이 될 듯하다. 가지고 있는 옷만으로도 보헤미안 스타일을 연출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번 시즌에 있어 패션 업체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영감의 대상이 있다. 러시아의 전통인형 '마트로시카'가 그것. 마트로시카는 같은 모양의 인형이 겹쳐있는 러시아 전통인형이다. 속이 비어있는 작은 인형을 그 속에 겹쳐 넣을 수 있어 끊임없는 행운을 상징한다. 손으로 직접 만들기 때문에 인형에 그려진 그림은 모두 똑같지 않으며 어딘가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써스데이 아일랜드'는 이러한 마트로시카.눈썰매.털모자 등의 러시안 무드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와 장식을 선보인다. 또 '클라이드'는 아예 마트로시카 캐릭터를 티셔츠에 그려 넣어 화려한 비즈로 장식했다.

이번 시즌 에스닉 무드에는 다양한 디테일이 활용되는 것도 특징. 앤틱한 느낌의 단추, 로맨틱한 리본 장식, 밀리터리 풍의 디자인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강세를 보일 것이 바로 '모피(Fur)'장식이다. 러시아의 전통 모자 샤프카에서 영감을 받은 모피 장식은 비단 옷에만 머무르지 않고 핸드백.재킷.모자 등에도 적용된다. 상의의 풍성한 모피 장식 재킷에는 슬림한 팬츠와 부츠를 매치한다. 부츠 또한 가을부터 인기몰이를 할 예정. 워싱 된 듯한 느낌의 진이나 코듀로이 팬츠에 무릎까지 오는 롱부츠와 연출하면 러시안 장교복을 연상하게 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이라도 떠난 듯한 느낌을 주는 올 가을 트렌드. 'ab.f.z'는 60년대의 '마리 앙뜨와네뜨'부터 '빅토리안 에드워디안'에 이르는 고전적인 시대로 떠난다. 또 '닥터지바고'를 연상케하는 러시아 무드로 화려하면서도 럭셔리한 감각을 동시에 연출한다고 전한다. 허리가 강조된 X자 실루엣을 바탕으로 부드러운 볼륨감과 섬세한 디테일을 통해 우아한 여성미를 완성한다.

'코데스 컴바인'의 가을 신상품은 러시안 무드의 트렌드는 반영하되 재킷은 매니시하거나 보이시하게 연출한다. 그리고 이너웨어를 볼륨있고 여성스럽게 매치 해 균형을 이룬다.

컬러는 카키.브라운.블랙 등의 차분하고 어두운 컬러가 단연 강세. 이들 컬러는 자칫하면 지루하고 무거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모피.가죽.울 등의 다양한 소재로 변화를 주라고 충고한다. 그렇기 때문에 올 블랙 컬러의 코디도 올 가을에는 시도해 볼만하다. 단, 비즈나 액세서리 등의 장식을 활용하는 것을 잊지 말 것. 블랙 이외에 다른 트렌드 컬러를 얘기하자면 퍼플을 들 수 있다. 세련되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퍼플 계열은 이너웨어나 재킷 등 다른 컬러와 함께 단품으로 연출하는 것이 좋다.

클래식한 무게감도 느껴지고 화려한 볼륨감도 살아있는 올 가을 트렌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해 있는 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손뜨개 느낌의 니트, 꽃자수의 블라우스, 밀리터리 룩의 재킷, 롱부츠…. 어떤 것이든 소화할 수 있는 아이템 한 가지를 골라 이제 막 시작된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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