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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더멘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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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언필칭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 인 일본에선 요즘 「펀더멘틀」논의가 분분하다. 신문도, 잡지도 경제칼럼마다 그 말 한마디 식은 잊지 않고 있다.
펀더멘틀(fundamental) 은 영어로 「근본」 이라는 뜻. 이를테면 『민주주의의 「근본」 은 보임에 있다』 는 말을 할 때 펀더멘틀이라고 한다.
그 펀더멘틀논이 일본인 아닌 미국 재무장관 「리건」에 의해 제기된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한때 일본엔화가 1달러 당 2백70엔 수준으로 폭락하자 일본에선 「달러강세」 를 원망하는 소리가 높았다. 달러화가 고금리의 고자세를 고집하는 한 그 호적수인 일본 엔화는 상대적으로 약세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리건」 재무장관은 바로 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마디로 『지금의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의 펀더멘틀 악화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너 자신을 알라』 는 핀잔과도 같다. 일본은 망신을 당한 셈이다.
원래 펀더멘틀이란 말을 경제용어에 끌어들인 사람은 「카터」대통령이었다. 한 시절 달러화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을 때 그가 세계를 향해 목청을 돋워 한 말이 있었다.
『미국 경제의 펜더멘틀은 결코 나쁘지 않다!』
아메리카의 저력을 배경으로 큰소리를 쳐 보인 것이다. 미국의 펜더멘틀이란 무엇인가. 정치력, 외교력, 군쟁력 플러스 에너지와 식량, 그리고 자원의 자급률을 둘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은 그 어느 하나도 미국 앞에서 큰소리를 칠만한 것이 없다.
여기에 곁들여 일본 재정의 펀더멘틀을 보아도 엔화는 고개를 들 수 없게 되어 있다. 일본의 국채 발행고는 90조엔. 일본 국민 1인당 약 80만엔. 3인 가족의 경우 2백40만 엔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연리자만 해도 20만 엔이다.
90조 엔을 달러로 환산하면 3전3백억 달러. 멕시코의 외채가 8백억 달러라고, 세계적인 흉 거리가 되었던 경우와 비교하게 된다.
일본인들은 이제까지 근면성, 높은 생산성, 고도의 지식수준, 저 인플레, 저 실업률을 일본 경제의 강점으로 뻐겨 왔었다. 그러나 요즘 엔화의 하락은 일본 국민 1인당 연간 2천 달러씩을 쥐도 새도 모르게 증발해간 결과가 되었다.
기술수준에도 문제가 있다. 일본은 전자기술, 반도체 개발에서 세계의 첨단을 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뿐이라는데 일본의 한계가 있다. 모든 과학기술의 오리지널리티 (원조)는 아직도 미국 쪽이 절대 우위에 있다. 미래산업의 개척분야도 마찬가지다.
남의 나라 얘기에 누가 강하고, 누가 약하고는 사실 우리의 관심 밖이다. 펀더멘틀이 약한 일본에선 지금 더욱 더 근면한 노동력, 정치와 경제의 협조, 신예 공장설비, 국제경쟁력의 강화, 저 실업률, 고성장 지향 등들 외치는 자생론이 일고 있다.
바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할 줄 아는 미덕은 우리도 배워둘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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