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왜 정윤회 동향 캤나 … 지시한 윗선 규명이 핵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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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 3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엔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 검찰 고위관계자는 “청와대가 관련돼 있고 핵심 당사자들은 연일 서로 다른 주장을 펴면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며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만큼 민감하고 폭발력이 큰 사안이란 얘기다. 현재 검찰이 규명해야 할 미스터리는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 미스터리는 문건 작성 경위를 둘러싼 의혹이다. 즉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내다 2004년 물러난 뒤 공식 직함이 없던 정윤회씨의 동향을 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조사했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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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사표를 낸다는 얘기가 시중에 돌고 보도도 나와 우리 방에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박 경정이 비교적 명확한 얘기를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당시 조사를) 비서실장이나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이 시킨 것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정씨는 “조 전 비서관이 박지만 EG 회장과 잘 안다는 걸 세상이 다 안다. 박 회장이 내가 사람을 시켜 미행했다는 잘못된 주장을 하며 비선실세 의혹이 커졌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이 조 전 비서관에게 부탁해 자신에 대한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미스터리는 정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다. 문건에 적힌 대로 정씨와 ‘십상시(十常侍)’로 지목된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이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두 차례씩 서울 강남 압구정동과 청담동 일식당·중식당 등지에서 모임을 가졌는지를 밝혀야 한다. 조 전 비서관이 “문건 내용은 실제 모임 참석자로부터 나온 얘기로 신빙성이 6할 이상”이라고 주장한 반면 정씨는 “하나라도 나오면 감방에 가겠다”고 맞서고 있다. 검찰은 민정수석실의 협조를 얻어 문건에 등장하는 비서관·행정관 및 여당 의원 보좌관 등의 통화내역 등 통신자료를 입수해 이들 장소에서 회합을 가졌는지 위치를 추적하기로 했다. 식당 CCTV(폐쇄회로TV)도 확보해 분석할 예정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으로 처벌 가능한 청와대 문건 유출의 경로는 이번 사건의 주요 미스터리 중 하나다.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일부 관계자들은 “올해 초 박관천 경정이 아닌 제3의 인사가 서랍을 열어 복사해간 뒤 검찰 수사관과 경찰 정보관을 거쳐 언론에 유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도 ‘제3자 반출’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자체 조사한 결과 박 경정이 유출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만큼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어떠한 반대 증거자료를 제시할지 주목된다. 검찰은 유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박 경정이 근무한 공직기강비서관실을 직접 현장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지막 미스터리는 정씨가 사람을 시켜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다는 의혹이다. 정씨는 지난 3월 시사저널의 ‘미행설’ 보도 후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박 회장을 찾아가 미행한 사람의 자술서를 보여달라고 했지만 박 회장이 ‘주겠다’고 했다가 연락을 끊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회장을 미행했다는 오토바이 기사의 ‘자술서’가 존재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정효식·장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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