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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최고지도자 부인·딸 레바논 군에 붙잡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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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부인과 딸이 레바논 군부에 체포됐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2일 보도했다. 이들은 약 10일 전 위조신분증을 갖고 시리아 국경을 넘어 레바논으로 입국하다 레바논 군 정보부대에 의해 붙잡혔다. 레바논 당국은 “해외의 첩보도 있었다”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 아스 사피르가 전했다. 레바논 고위 정보 당국자는 “알바그다디의 딸에 대해선 검증을 위해 DNA 검사도 실시했다”고 말했다.

 알바그다디의 부인은 현재 레바논 국방부에서 신문을 받는 중이다. 알바그다디에겐 3명의 부인이 있으며 이 중 2명은 이라크인, 1명은 시리아인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레바논에서 억류된 이는 이라크인이다. 외신들은 부인과 딸의 억류가 미국이 주축인 반IS 연합군에게 유리한 협상카드로 쓰일 것으로 내다봤다. IS는 이에 즉각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바그다디의 가족 억류가 IS에 미칠 영향은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IS는 다국적 대기업과 같은 구조로 탄탄하게 진화해왔다. 알바그다디는 간부들과 비교적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IS의 사업을 다각도로 확장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의 IS 전문가인 캠 심프슨은 “IS는 GM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하나의 거대 기업”이라며 “IS가 위계나 종교를 앞세운 독재가 아니라 현대 다국적 기업처럼 분산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그의 휘하 고위 간부 25명 중 3분의 1은 사담 후세인 치하 이라크에서 복무하던 군 간부들로, 당시 미국의 제재를 피해 불법 자산 증식 경험을 쌓은 이들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IS가 기업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들의 주 수입원은 우선 석유다. IS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각각 하루 4만4000배럴, 4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 이를 시세보다 배럴 당 20~35달러 싸게 터키·이라크의 석유업자들에게 넘긴다. 이렇게 팔아도 하루 300만 달러 이상 벌어들인다. 이라크 정부는 IS로 인해 매달 12억 달러를 손해 본다고 밝혔다.

 반IS 연합군은 지난 2달 간 IS 점령지의 유전과 정유시설을 집중 공격했지만 IS의 위세는 기대만큼 위축되지 않았다. 국제 테러 전문가인 루이스 셸리 미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이제 석유는 IS의 다각화된 수입원 중 하나일 뿐”이라며 IS가 여러 방면에서 수익 구조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했다.

 시리아에서 터키로 넘어오는 밀수품 급증은 하나의 예다. 석유와 담배, 휴대전화 암거래는 시리아 내전 발발 전에 비해 각각 314%와 135%, 563% 증가했는데 거의 IS가 주도한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엔 가짜 의약품 판매에도 나서고 있다. IS에 가담한 외국인들의 여권은 수천 달러 가격으로 터키 암시장에 내놓고 있다.

 납치·강탈도 여전하다. 첫 참수 미국인이었던 제임스 폴리의 몸값으로 1억 유로(약 1350억원)란 터무니없는 액수를 부르기도 했지만 보통은 협상 가능한 금액을 제시한다. 유엔 측은 IS가 납치 사업으로만 지난해 3500만~4500만 달러를 벌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렇게 IS가 축적한 자산은 2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된다. 이 돈으로 IS 조직원들은 지역 평균 임금의 2배를 받고 고가인 에너지음료를 즐겨 마시며 최신 의료설비와 의료진이 배치된 전용 병원을 이용한다.

이충형 기자

"DNA로 알바그다디 가족 확인"
반IS 연합군에 유리한 협상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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