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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맹이 중국 최대 닷컴사 차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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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나는 컴퓨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e-메일을 주고 받는 일뿐이다. 나는 디지털 카메라조차도 사용할 줄 모른다."

지난 9일 미국의 검색 포털 야후와의 지분 제휴 협정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중국의 유명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닷컴(www.alibaba.com)의 창업주 잭 마(40.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야후로부터 10억 달러를 받고 지분 40%를 넘기면서 단숨에 중국 최대의 인터넷 업체로 부상한 알리바바의 CEO가 한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뉴욕타임스는 15일(현지시간) 153㎝의 단신으로 3수 끝에 사범대학에 입학해 5년간 교편을 잡았던 잭 마가 '중국 인터넷의 시조'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인생 여정을 특집기사로 소개했다.

1995년 잭 마는 한 중국기업이 미국 합작사로부터 빚을 받아내는 것을 돕기 위해 통역사로 미국을 방문하게 된다. 채무자의 저택을 방문했던 잭 마는 오히려 총기로 위협을 받고 이틀간 감금당하고 만다. 채무자는 잭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중국 사업 파트너가 돼 줄 것을 요구한다. 당시 인터넷 작동법도 몰랐던 그는 목숨을 구하기 위해 중국에 인터넷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는 "내가 인터넷 사업을 하게 된 과정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 같다"고 말했다.

중국으로 돌아온 그는 2000달러를 빌려 중국 기업들의 홈페이지를 만드는 '차이나페이지스'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중국 최초의 인터넷 기업이 됐다. 그는 2000년 친구들과 6만 달러를 투자해 온라인 상품 판매점인 알리바바닷컴을 설립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다졌다. 이후 골드먼삭스.일본 소프트방크 등에서 2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그는 2003년 자회사인 온라인 경매사이트 '타오바오닷컴(Taobao.com)'을 설립했다. 타오바오는 이베이와 제휴한 이치넷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무료 서비스로 경쟁사 고객을 빼돌려 주도권을 잡았다.

잭 마의 동료들은 그가 자금을 끌어들이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영악한 세일즈맨이자 재치있는 판매전문가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알리바바가 제시하는 수치들은 수익 창출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과장된 거품에 불과하다(멀리 핀리치 홍콩 글로벌소스 회장)"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잭 마는 "대기업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온라인 판매 사이트는 망했지만 알리바바는 철저히 중소기업이 이윤을 내도록 돕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확실하다"고 자신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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