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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건선환자 두 번 울리는 건선성 관절염

중앙일보

입력

가톨릭 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피부과 김희수 교수

10년 째 필자의 진료실을 방문 중인 50대 중년 여성 환자가 있다. 환자의 건선으로 인한 피부 병변은 광선치료와 체계적인 면역억제제 복용을 통하여 조금씩 호전되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손가락과 발가락이 뻣뻣해지고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며 불편감을 호소하였다. 처음 환자가 증상을 호소할 때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 증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환자의 손가락과 무릎 관절 부위의 통증은 심해져 갔으며, 하루는 음료수를 따기 위해 힘을 주었을 때 손가락 관절부위의 극심한 통증을 경험했다고 호소하였다. 여러 가지 혈액학적 방사선학적 검사 및 병력을 통한 진단 결과 건선환자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건선성 관절염으로 판명되었다.

위의 환자가 앓고 있는 건선은 단순한 피부병이 아닌 체내의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염증성 자가면역질환이다. 붉은색 발진과 함께 하얀색의 비늘과 같은 각질이 겹겹이 쌓이면서 피부가 두꺼워지는 피부증상을 특징으로 한다. 병의 경과는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며, 재발이 잦은 대표적인 만성적 피부병중 하나이다. 건선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동반 질환의 발생위험을 증가시키며, 피부 외에 관절을 침범하여 건선성 관절염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건성선 관절염은 전체 건선 환자에서10~30% 비율로 발병하고 있으며, 장기간 건선을 앓을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건선성 관절염은 건선을 앓고 있지 않아도 유전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피부에 건선이 나타나기 전에 먼저 관절염의 증상으로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건선성 관절염의 초기 증상은 손이나 발의 관절부위의 통증이나 붓기를 중심으로 시작하여 마치 류마티스 관절염과 유사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건선성 관절염의 경우 손톱과 발톱에 근접해 있는 관절 부위에 주로 발생하며, 해당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서 비대칭적으로 붓는 증상이 조금 더 뚜렷이 나타난다. 건선 증상이 손톱과 발톱에도 발생하여 손톱이나 발톱의 모양을 변형시킨 경우에는 건선성 관절염을 조금 더 쉽게 눈으로 식별할 수 있다. 건선성 관절염의 증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척추, 골반 등에도 염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렇게 건선성 관절염으로 관절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 무서운 이유는 한번 변형되거나 손상된 관절은 회복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선을 오래 앓았거나 중등도 이상의 심한 건선을 앓고 있으면서, 손발이 뻣뻣해지거나 통증 등의 증상이 있다면 주저 없이 전문의를 찾아가 검사를 통한 합당한 진단을 받아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건선성 관절염의 치료는 일반적으로 항류마티스제제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를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장기간의 치료가 요구되는 중증 이상의 환자에게는 예후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생물학적제제를 사용을 권장되고 있다. 건선 환자 중 극심한 건선과 함께 건선성 관절염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의 경우 값비싼 생물학적제제도 산정특례 적용을 받아 경제적 부담 없이 치료가 가능하므로, 전문의의 진단과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된다.

적절하고 충분한 약물의 사용과 함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과 같이 환절기를 지나 날씨가 쌀쌀해질 때는 자연스럽게 활동량이 줄어들게 되는데, 평소보다 운동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관절염은 악화되기 쉽다. 더군다나 건조한 날씨로 건선의 피부 증상도 악화되어 이중고를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요가나 수영, 스트레칭, 걷기와 같은 관절에 극심한 무리가 가지 않는 가벼운 운동을 통하여 관절을 유연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현재까지 건선성 관절염은 완전히 완치가 가능한 질환은 아니지만, 올바른 치료를 꾸준히 이어나간다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수 있는 질환이다. 실제로 많은 건선 환자들이 건선성 관절염을 진단 받은 후에도 꾸준한 관리와 적극적 치료를 통해서 발병 전과 다름없이 일상 생활을 하고 있다. 환자들이 자신들의 상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치료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졌을 때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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