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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정윤회 문건' 수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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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의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이 유출된 사건에 대해 검찰은 30일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는 이날 문건에 언급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안봉근 제1·2부속비서관 등 8명이 세계일보 발행인·기자 등 6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형사1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일 때 비서실장을 지낸 정윤회(59)씨가 시사저널 기자 등을 같은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고소 대상 기사는 “박지만, ‘정윤회가 날 미행했다’”(3월 19일자) 등 5건이다. 앞서 형사1부는 ‘만만회(이재만·박지만·정윤회) 국정농단 의혹’을 제기한 혐의(명예훼손)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을 지난 8월 말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정윤회 동향 문건 수사는 기존 명예훼손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 등장인물의 비중이 만만찮은 데다 수사 결과에 따른 파장도 메가톤급이다.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 유포 논의’ 등 내용의 진위는 물론이고 청와대 문건의 대량 유출 의혹도 규명해야 한다. 검찰은 수사를 투트랙으로 할 방침이다. 이재만 비서관 등이 최근 고소장에서 “수사 과정에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등에 의한 문건 유출 혐의가 드러나면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수사 의뢰한 사정도 감안해서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대통령 보좌기관에서 생산된 기록을 무단 은닉, 유출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문건 유출 경로를 밝히려면 문건 작성자인 공직기강비서관실 전 행정관 박모(48) 경정-조응천(52) 전 공직기강비서관-홍경식(63) 전 민정수석-김기춘(75) 비서실장에 이르는 당시 보고라인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 검찰은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제2·제3의 감찰 문건이 유출된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시사저널의 ‘박지만 미행’ 보도와 세계일보의 지난 4월 ‘청와대 행정관 5명 골프 및 향응접대 비위 적발’ 보도 역시 유출된 청와대 감찰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시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유출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고 전했다. 청와대 감찰 문건이 대량 유출된 게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윤회씨가 시사저널 기자들을 고소한 사건뿐 아니라 서울중앙지법이 진행 중인 2억원대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문건의 작성과 유출 과정에 전·현직 청와대 비서관·행정관이 여럿 연루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사건의 실체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정효식·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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