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달러 하락 땐 대한항공 연 346억 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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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대한항공은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 240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영업적자(374억원) 상태였다. 유류비 지출이 770억원가량 줄어든 게 효자 노릇을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117만 배럴의 항공유를 조달했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할 때마다 3117만 달러(약 346억원)를 아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매출원가에서 유류비 지출은 4조원대, 비중으로는 30% 수준”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재고관리 태스크포스’ 조직을 만들었다. 원유는 구매 계약을 맺는 순간부터 재고로 잡힌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가뜩이나 정제마진이 줄어드는데 자산가치까지 쪼그라드는 것이다. 이 회사는 울산과 인천·중국(우한)·싱가포르 공장 간 유기적인 운영을 통해 재고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회사 측은 “독일 바스프가 유럽 내 86개였던 물류단지를 12개로 줄이고도 24시간 내 배송 물량을 77%에서 90%로 늘리고, 비용은 1000만 달러 절감한 사례를 벤치마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희비 쌍곡선이 교차하고 있다. 항공·물류 등 운송업계가 원가 비중이 낮아지면서 먼저 웃었다. 다만 정유업계엔 실적 악화의 직격탄이 됐다.

 지난해 평균 123달러였던 항공유 가격이 올 들어 17% 하락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대 수혜 기업이 됐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두바이유 가격이 L당 10달러 하락하면 두 회사는 각각 1605억원, 813억원의 영업이익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에게 저유가는 ‘축복’에 가깝다. 항공유 조달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45%나 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도 유가 하락은 단비가 된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올해 연료비 절감액은 각각 1684억원, 1413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업체가 조달하는 운영비용 중 유류비는 15~20%에 이른다.

 자동차업계는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수요 확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신흥시장으로 떠오른 중동·러시아 시장이 위축되는 게 악재여서다. 석유화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 호재지만 중장기적으론 가격 인하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원유에서 생산한 나프타 가격이 급락해 가격 경쟁력이 생기지만 수요처에서 가격 하락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이미 울상이 됐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 등으로 판매하는 정제마진이 2달러대로 추락하면서 국내 4대 정유사는 올해 1조원대 적자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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