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최장집 명예교수, 전시작전권 놓고 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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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백낙청(左), 최장집(右)

“남한이 전시작전권을 미국에서 넘겨받지 못해 국가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못했다.” (백낙청)

 “냉전 시기 독일이 나토 공동군사체제에 방위를 맡겼다고 해서 불완전한 국가였다고 정의할 수 있는가.” (최장집)

 진보학계의 두 대가가 논쟁을 벌였다.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에서 열린 ‘문화의 안과 밖’ 강연에서다. 백낙청(76)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의 근원을 ‘분단 체제’에서 찾아온 대표적 학자다. 반면 최장집(71) 고려대 명예교수는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노동자의 정치적 의사가 정당을 통해 대변되는 정치체제 연구를 주도해왔다. 오랜 기간 한국 진보 학계의 두 시각을 각기 대변해 온 두 대가가 직접 논쟁을 벌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날 백 교수는 ‘근대, 적응과 극복의 이중과제’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한국이 근대성에 적응하면서 동시에 극복해야 할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는 내용이다. 적응해야 할 근대성은 국민국가 수립, 정치적 민주주의 등이다. 극복해야 할 근대의 과제는 서구중심주의, 선진국의 제국주의적 지배 등을 꼽았다. 백 교수는 “한반도 분단체제 극복이 이중과제의 전형적 사례”라며 “근대 적응과 극복 노력이 합치됨으로써만 분단체제 극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사회를 본 최 교수가 “논평 겸 질문을 드리겠다”면서 논쟁이 진행됐다. 최 교수는 “한반도 분단 후 남한은 근대화를 상당히 오래 전에 완수해 민주화도 되고 선진적인 발전국가라 할 만한 수준에 올랐다. (백 교수의) 정상 -비정상 국가 기준은 주관적인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또 작전지휘권에 대해서도 “국가를 규정하는 데 국방 자주성이 가장 핵심적인가. 냉전 시기의 독일 또한 소련에 대응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불완전한 국가였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백 교수는 “(독일처럼) 집단 안보체제에 참여하는 것과 한국·미국 양자관계에서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일방적으로 군사 주권을 이양하는 문제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나토와 유럽국 관계와는 구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평시작전권만 가지고 전시작전권을 안 갖겠다는 군대는 군대라고 하기가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네이버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열린 이날 강연과 토론 동영상은 5일 공개된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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