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수능 본 자녀의 정신건강에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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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해방감을 만끽해야 할 시기지만 학생들은 성적에 대한 비관과 낙담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결과에 대한 실망감과 비관적인 생각이 깊어지면 우울증에 이를 수 있다.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따라서 부모는 수능 후 자녀에게 정서적인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이 생기면 집중력이 떨어져 공부가 잘 안 되고, 주변 일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말도 없어진다. 행동이 느려지거나 입맛이 없어지고, 잠을 잘 못 자거나 쉽게 피곤해 지기도 한다.

쉽게 짜증을 내고 반항적인 태도, 폭력적인 행동이나 폭식, 과도한 수면, 비행·무단결석·가출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 경우 우울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평소 우울증을 겪지 않았더라도 시험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거나 완벽주의 성향이 있었던 학생은 기대 이하의 성적에 큰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원하는 성적을 거두지 못한 자기 자신의 실수, 실패를 용납하지 못해 괴로워한다. 강남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김은주 교수는 “부모와 주변 사람으로부터 기대한 만큼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비관해 충동적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며 “평소와 달리 우울증이 의심되는 증상을 보일 때는 정신과 전문의 진료를 받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수능이 끝난 뒤에는 부모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시험 전에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넣고 격려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험이 끝난 뒤에도 큰 관심과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큰 시험을 치른 뒤 아이가 어떠한 생각을 하고 행동을 보이는지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또 자녀와 더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화의 시간을 늘려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생각과 의견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아이들은 스스로 동기 부여는 되지 않았지만 부모의 뜻에 이끌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공부를 했을 수 있다”며 “따라서 시험이 끝난 지금 이 시기가 자녀가 이루고 싶은 장래 희망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를 들어볼 수 있는 좋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수능이 인생에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다. 공부 이외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또 자녀가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도록 유도해 수능 시험이 아닌 다른 목표를 설정하게 하는 것도 좋다. 목표 달성을 위한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시험 후 찾아오는 허탈함, 우울한 감정들을 극복하게 하는 좋은 요인이 된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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