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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에서 화장품을 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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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청국장에 들어있는 생균(바실루스)을 이용해 화장품 만드는 사람이 있다.

로제화장품 김영직(34.사진) 기획담당 이사다. 그는 "화장품도 바이오 시대"라고 말한다. '바실루스 바이오닉 프로그램'이라고 이름 붙인 '청국장 화장품'은 분말과 액상을 혼합해 사용하는 팩 형태로 만들어졌다. 분말에는 생균 100만여 마리가 들어 있다. 그는 "살아 있는 균을 통째로 함유한 세계 첫 화장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말 일본 게이오대학(경영학석사) 유학때 이 제품의 개발을 구상했다.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일본식 청국장인 '나또'에 인체에 유익한 균이 많다는 점을 과 이 균을 이용한 각종 건강식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지켜봤다. 99년 로제화장품에 입사한 뒤 이 균을 이용한 화장품 개발을 제안했다. 국내 미생물 전문가와 머리를 맞댔다. 그는 "콩을 청국장.된장으로 발효시키는 바실루스균은 항암기능이 있고 피부찌꺼기를 제거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4년간 연구 끝에 지난해 중반 제품화에 성공했다. 이후 1년간 임상실험에 들어가 피부에 대한 안전성과 독성 검사를 했다. 생균은 영하 40도에서 동결 건조해 보관했다. 올 초 식품안정의약청에서 화장품 적합 판정을 받았다.

화장품 법에 '화장품은 병원성 미생물에 오염돼선 안된다"는 규제조항이 있었으나 바실러스균의 유익성과 안전성을 테스트한 각종 임상자료를 제출해 합격했다고 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특허 출원도 했다. 김 이사는 "그동안 청국장 특유의 냄새를 없애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도자기 김동수 회장의 조카다. 부친은 로제화장품 김은수 회장이다. 김이사는 "앞으로 보디 크림을 포함한 각종 화장품에 생균을 넣은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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