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논리서 벗어나 보수 인사도 정책결정 참여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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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서울교육의 ‘나침반’으로 전문가들은 조희연 교육감이 진영 논리에서부터 벗어날 것을 제시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육정책의 틀을 짜는 교육부와 이를 현장에서 실천하는 교육청은 공동의 목표를 가진 파트너”라며 “보수·진보로 갈등을 빚는 것 자체가 정책 수혜자인 학생·학부모 입장에선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교육감들도 이 같은 논리로 자기 진영을 설득해야 명분이 생긴다”며 “정당 없이 선거를 치르면서 부채 의식을 갖게 된 상황은 알지만 교육정책을 논공행상 따지듯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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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려면 남경필 경기지사처럼 ‘연정’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후보로 출마했던 이상면 전 서울대 교수는 “정당도 없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교육감의 자질과 정책을 보고 투표한 것이지 그 뒤에 숨은 세력까지 지지한 것은 아니다”며 “진영 논리에 휘둘리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 인사들도 주요 정책에 참여시킨다면 정책도 풍성해지고 진보 진영에 휘둘리는 일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 수업시간 단축과 오전 9시 등교처럼 특정 단체의 입김에 따라 설익은 정책이 도입되는 것을 교육감부터 경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이라는 직위와 ‘조희연’이라는 이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려선 안 된다”며 “너무 많은 걸 하기보다 본인이 잘 알고 하려 했던 것부터 우선순위에 따라 차근차근 일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특히 “지자체장과는 달리 교육감은 직접 세금을 걷지 않기 때문에 돈 쓸 궁리만 하게 된다”며 “세입과 세출을 균형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입안한다면 진영 논리에 따른 포퓰리즘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교육감 직선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고승덕 변호사는 “소속 정당이 없다 보니 선거비 보전 기준(15%) 이상 득표하려면 자신이 속한 진영의 조직과 인력을 지원받아야 한다”며 “자신을 밀어준 조직에 부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후보 단일화로 포장된 사전 선거운동이나 각 진영의 조직을 동원한 ‘돈’ 선거를 근절해야 한다”며 “오로지 정책과 인물로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선관위 등이 주관하는 공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선거인데 정당 없이 하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직선제를 폐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중백 교수는 “정당 공천을 통한 선거가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론 지자체장과 러닝메이트를 도입해 ‘진영’ 선거의 폐단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만·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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