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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폐쇄문화 경계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국경제는 과거「새로운 일본」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공을 거두기도 했으나 일본경제와는 아직 상당한 격차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갖고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레이건」의 지나친 고금리정책과 지나친 저금리정책의 중간선에서 어떤 묘안을 짜내야 할것으로 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등은 한국의 수출부진 타개와 국제수지개선을 위해 원화의 평가절하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한국원화의 평가절하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한국정부가 인플레 억제만을 위해 지금 당장은 지나친 고집을 부린다해도 인플레는 결국 나중에라도 찾아오게 마련이지요. 말하자면 빈마개를 꼭 잠가놓은 조치밖에 안되는 겁니다.
내가 보기엔 한국의 공정환율과 암시장에서의 환율이 달러당 1백원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은 아주 위험스런 신호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IMF는 원화의 평가절하폭을 지금의 20%정도가 아니라 30%이상으로 요구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의 환율을 현실화시키라는 IMF의 권고가 옳은 것도 같습니다.원화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되고 있는 상황을 계속 유지하려면 행적적인 힘으로 어떤 형태로든지 외환거래 행위를「규제」해야할 겁니다.
그러한 인위적인 규제야말로 경제적 효율면에서 가장 나쁜 요소입니다. 나는 한국경제의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그런 상황에서는 외환거래를 정부가 허가하는 과정에서 부패가 생길지도 모를 일입니다.
-미일간에 무역마찰로 인한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에서 IBM회사의 컴퓨터 기술을 빼내려던 히따찌 (일립)등 일본회사들의 산업스파이사건이 터졌읍니다. 이사건이 앞으로 일본의 이미지에 적지않은 타격을 줄것으로 보이는데 이에대한 교수의 견해를 들어볼까요.
▲외국을 모방하는데 큰재주를 가진 일본인들은 미국에 대해 너무 많은 상품들을 팔아왔기 때문에 미국안에서 이미 보호주의의 무드가 일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스스로 좀 자제해야할 겁니다. 일본인들이 IBM회사의 컴퓨터기술을 훔치려고 시도한 것은 전술적으로 아주 큰 실수였읍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때 이사건은 정치적 음모이상의 의미가 내포돼 있지요.
한국인들도 아직 박동선사건을 기억하겠지요. 그 사건으로 미국안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미지는 큰상처를 입었습니다. 미국인들은 아직도 이사건을 잊지않고 기억하고 있읍니다.
특히 문화적 배경과 인종이 다른 한국인이나 일본인들이 미국에서 어떤 파문을 일으키게 되면 미국인들은 황화론을 들먹거리면서 옛날의 좋지 않았던 감정을 더욱 악화시킬지도 모릅니다.
-최근 일본의 교과서왜곡문제가 한국·중공·대만등 아시아 인근국가들을 진동시키고 있습니다. 아시아 각국은 일본의 저의와 일본인의 군국주의 부활무드를 규탄하고 있습니다. 이사건에 대한 교수의 평가는 어떤 것입니까?
일본은 제2차세계대전까지 제국주의적 확대정책을 써 왔는데 이는 세계를 위해서나 일본자신을 위해서도 아주 잘못된 것이었읍니다.
2차대전이후 가장 환영할만한 사태는 일본이 완전히 패배하고 일본인들이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한 점을 들수 있읍니다.
일본인들은 육군과 해군을 갖지않게 되고 신사참배도 그렇게 중요한 행사가 아닌 것으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이는 모두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방심할 수는 없읍니다. 일본은 아직도 아주 폐쇄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는걸 잊어선 안됩니다.
외국인이 일본에 가서 영주한다해도 그는 항상 외국인일뿐입니다.
만일 내가 일본에서 산다면 꼬마들은 계속 나에게 손가락질 할겁니다. 이런 현상은 일본이 아직도 아량있는 국제적 감각에 입각한 문화를 갖고있지 않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과거 독일에서와 마찬가지로 위험스런 현상으로 볼수 있읍니다.
독일은 1, 2차 세계대전에 모두 끼여든 나라였지요. 전후에 독일에서「히틀러」의 잔재가 없어졌지만 과거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일본의 군국주의등에 대한 세계의 여론을 상기할 필요가 있읍니다.
따라서 일본이 교과서를 그런 식으로 개작했다는 것은 일부 언사들이 지나치게 간섭했다는 증거겠지요. 어떤나라든지 과거의 잘못은 가급적 덮어두려고 하는 경향은 있읍니다만 일본의 경우는 큰 실수인 것같습니다.
-「레이건」행정부의 대소파이프라인 수출금지 문제와 곡물수출정책등으로 미국과 서구간의 긴장관계가 계속중입니다. 미국과 서구는 서로간의 가치관에 도전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런 긴장상태가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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