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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제르 250만 명 굶어죽기 직전… 유엔 긴급식량 배급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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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북서부 니제르에 9일부터 긴급구호식량이 배급되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니제르 정부는 세계 각국의 지원으로 마련된 구호식량을 월드비전.케어 등 구호단체 등을 통해 아사(餓死) 위기에 놓인 250만 명의 니제르인에게 나눠주고 있다.

WFP 관계자는 "수확기인 9월까지 2만3000t의 식량이 긴급히 배급되지 않으면 당장에 수만 명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50만 명 모두에게 식량이 배급되는 데는 6~8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은 니제르 식량난 해소를 위해서는 당초 예상보다 5배나 많은 8000만 달러(약 800억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 제2의 빈곤국인 니제르는 지난해 최악의 메뚜기떼 습격에다 극심한 가뭄까지 겹치는 바람에 곡물수확이 크게 줄었다.

시장에는 주식인 수수 등 농산물이 거래되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 일반인들은 구입할 형편이 못 된다. 그나마 식량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은 나이지리아 등으로 수출돼 기아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니제르 정부는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이유로 무상지원 식량의 배급을 한때 거부하기도 했다.

식량부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체 인구 1170만 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360만 명이 기아에 직면하고 있다. 이 중 어린이 3만2000명을 포함해 250만 명은 당장 식량과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면 위태로운 상황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가뭄이 끝나고 우기에 접어들면서 니제르에는 말라리아 등 전염병이 나돌아 주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유엔은 지난해 11월 이미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각국에 긴급지원을 촉구했다. 5월에도 1600만 달러의 식량지원금을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이때만 해도 하루 1인당 1달러만 지원했어도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다 지난달 말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각국이 뒤늦게 지원에 나섰다.

박수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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