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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업 이력서에 '훈장'을 달아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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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 대학생 광고 동아리인 "애드피아" 회원들이 모여 광고 제작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력서에서 출신지역·학력란이 하나 둘 사라진다. 남은 건 학점·영어 성적인데 누구나 필사적으로 준비했던 탓에 이것만 가지고는 차별화가 안 된다.

결국 이력서를 화려하게 장식해 줄 내용은 ‘경력’. 이 경력란을 잘 채우기 위해 각 기업체들이 주최하는 유명 공모전에 대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협동 프레젠테이션, 연구 논문, 디자인 작품 등의 형태로 새로운 대학생 공모전도 속속 늘고 있다.

기업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사가 채용할 우수 인력을 미리 눈도장 찍어 두려는 의도도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공모전 수상자에게 입사할 때 서류 전형을 면제하거나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특전을 주고 있다.

공모전 경험을 발판으로 원하던 회사에 들어간 직장인 두 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차별화가 공략 포인트=2002년 소니 마케팅 논문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머서매니지먼트 컨설팅 우성문(27) 컨설턴트. 3전4기의 노력 끝에 대상의 영예를 안은 우씨는 공모전 공략을 위한 첫째 요건으로 '차별성'을 꼽았다. 나름대로 글 실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대학생들이 참가하므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겨루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머리만 쓰고 발로 뛸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논문엔 반드시 생생한 현장 이야기가 담겨야한다는 게 우씨의 생각이다. 대형 할인점을 돌아다니며 수백 명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 업계 관계자를 만나 인터뷰를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심사위원들도 사람인데 학생들의 논문에서 땀냄새가 물씬 나면 감동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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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공모전의 주제는 '바람직한 로컬라이즈(현지화) 전략'. 소니의 평면TV 베가 체험버스, 택배식 AS센터 운영 등 호평받은 아이디어들은 모두 이 공모전에서 나왔다. 우씨는 팀 조직에도 상당히 신경 썼다. 그 이전에 도전했던 다른 공모전에서 팀원 간의 불화 때문에 탈락했던 아픈 기억이 있었다. 팀 내에서 마찰의 조짐이 있을 때마다 우씨는 윤활유 역할을 자처했다. 두 달여간 거의 매일 얼굴을 맞대면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팀원 중 한 명은 곧 우씨의 평생 반려자가 된다.

◆ 자신감을 잃지 마라=LG전자 생산기술원 박막기술그룹에서 일하는 신영훈(28) 연구원. 그는 지난해 여름 LG글로벌챌린저 10기에 선발됐었다. 지방대 출신인 그가 공모전 도전의 최대 덕목으로 내세운 것은 '자신감'이다. 학벌이나 해외 경험 등을 앞세운 경쟁자에게 기가 죽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당당한 모습이 추가 점수를 받는 비결이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무인 로봇을 통해 본 과학기술 강국으로의 힘찬 발걸음'이란 제목으로 계획서를 준비한 신씨. 그는 무인 로봇에 관심이 많은 울산대 제어계측과 대학원 동기.후배로 팀을 짰다.

언어 구사능력, 해외 경험, 프레젠테이션 능력 등 각각의 특성을 고려했다. 그리고 서울 지역 대학생들에 비해 정보가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터넷.지인 등을 통해 관련 자료를 닥치는 대로 끌어 모았다. 그렇게 모은 정보를 4명의 팀원 모두가 공유했다. 팀원 모두가 관련 지식을 꿰뚫고 있어야만 면접에서 완벽한 팀워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실제로 면접은 한 명 한 명을 대상으로 입사 면접만큼이나 깊이 있게 진행됐다. 이렇게 준비했는데도 실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미국 현지를 찾았을 땐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무인 비행기 분야에 최고 권위가 있다고 판단하고 찾았던 대학이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신씨는 "지방대 학생은 차분히 시간을 두고 준비하면서 서울 등 각지의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는 열정으로 정보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필규 기자, 차상윤 인턴기자

*** 요즘 트렌드는◆

대학생 공모전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대학문화 잡지 '씽굿'이 분석한 최근 대학생 공모전 트렌드를 소개한다.

①총상금 1000만원 시대=그동안 보통 300만~500만원이 주류였지만 최근 들어 총액기준 1000만원 이상의 높은 시상금을 지급하는 공모전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전력 '대학생 광고대상'은 총 4000만원, '전력서비스 개선 대학(원)생 논문 공모'도 총 1900만원이다. 제일기획의 광고대상도 총 1500만원의 시상금을 지급한다.

②해외로 간다=글로벌시대에 맞춰 해외에 갈 수 있는 공모전도 늘었다. 대표적인 것이 LG글로벌챌린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연구소.대학.정부기관.사회단체 등을 직접 방문해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LG에 제출한다. 매년 여름 열리는 '미에로 글로벌 캠프'도 비슷하다. 입상하면 해외 국제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특전을 부여하는 곳도 있다.

③체험하는 공모전=논문.디자인.광고 외에 땀 흘리거나 봉사하는 형식의 참여 프로그램도 있다. 동아제약의 국토대장정이나 교보생명의 동북아 대장정이 대표적이다. KT&G복지재단에선 대학생 협력동아리를 모집, 자원봉사활동에 비용을 제공하고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도 준다.

④1년 내내 열린다=대학생 공모전은 6~10월에 집중돼 있었으나 최근 들어 공모전 수가 늘면서 연중 대형 공모전이 진행되고 있다. 매년 같은 기간에 진행하므로 올해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시기를 잘 확인해두면 대학 시절 언제든 도전할 수 있다.

⑤인턴.채용특전 혜택 늘어=대학생 공모전이 취업을 위한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력이 검증된 인재를 채용하려는 기업들이 공모전 수상자에게 서류전형을 면제하거나 가산점을 주는 등의 특전을 주고 있다.

⑥공모전 전용 인터넷사이트 오픈=큰 공모전을 주최하는 기업에서는 아예 공모전 전용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한다. 소니코리아는 온라인상에 '디지털 드리머스 클럽'을 만들어 공모전 당선자와 도전자들이 상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제일기획.SK텔레콤도 인터넷으로 공모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⑦제품 디자인에 실제 적용=공모전 수상작품을 기업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특히 디자인공모전에서 활발히 활용된다. 기업들은 제품이나 이미지에 수상작을 활용하고 당선자들을 각종 체험프로그램에 참여시켜 경력을 쌓도록 한다. 소니코리아.한화그룹.KTF의 경우 디자인 부문 수상작을 제품에 활용했다.

⑧공기업도 가세=공기업들도 자사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공모전을 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도로공사.전력공사.자산관리공사 등에서 매년 대학생 광고공모전을 개최한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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