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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통증 같아도 발병 원인 달라 … 정확한 진단이 치료 첫 단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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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어깨 상태를 진단하는 주요 요소는 숙련된 의사의 손끝 감각이다. 사진은 문홍교 원장이 어깨 통증으로 찾아온 환자를 촉진하는 모습. 사진=신동연 객원기자

어깨 통증은 현대인의 대표 질환 중 하나다. 고령화·스마트 환경·스포츠 인구의 증가와 맞물려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어깨가 복잡한 구조로 돼 있어 어깨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병원이나 의사가 전문화돼 있지 않으면 환자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생활습관·연령·병력에 따라 발병 원인을 짚고, 치료 서비스를 디자인해 맞춤케어를 해야 하는 이유다. 연세견우병원 문홍교 원장에게 까다로운 어깨질환의 진단·치료법을 들어본다.

팔을 위로 들어올릴 때마다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이옥영(54·여)씨. 병원을 전전했지만 통증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씨는 앞선 병원에서 단순한 오십견이란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어깨를 덮는 뼈(견봉)에 힘줄이 부딪쳐 닳아 없어지면서 염증이 생긴 것이 문제였다. 이씨를 치료한 문홍교 원장은 “이씨처럼 당뇨에 갱년기 증상까지 앓고 있다면 어깨 힘줄에 손상이 있을 확률이 높다”며 “혈액순환이 잘 안 되고 호르몬 분비가 변하면서 힘줄·연골 같은 어깨조직을 보호하는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어깨 부위에 혈류를 증가시키는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고 통증에서 벗어났다.

손상된 부위 뼈·힘줄·근육·연골 등 다양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공통적으로 “어깨가 아프다”고 말한다. 하지만 통증은 비슷해도 조직이 손상된 부위는 각양각색이다. 어깨관절을 둘러싼 뼈가 덧자랐는지, 힘줄이 너덜너덜해진 것인지, 근육이 굳었거나 연골이 닳은 것인지에 따라 질환명이 다르고 치료 방법도 달라진다. 문 원장은 “어깨통증 환자의 상당수는 두 가지 이상의 병변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다양한 경험을 갖춘 어깨질환 전문가가 명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문홍교 원장은 “석회화가 보이더라도 진행 정도에 따라 별문제가 되지 않고, 함께 동반한 다른 질환을 치료하면 통증이 낫는 사례가 있다”며 “명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환자 통증을 없애는 적재적소 부위에 맞춤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환자 병력은 어깨질환의 진단·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보다. 당뇨·고지혈증이 있다면 혈액이 끈적해지면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오십견 발병 확률을 높인다. 문 원장은 “어깨 힘줄은 근육이 뼈에 붙은 뿌리 부분으로 혈관 분포가 적고 예민해 혈류 변화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투석 환자는 아밀로이드라는 물질이 관절에 달라붙는데 이는 어깨관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문 원장은 “투석 환자의 약 절반에서 투석 기간에 비례해 어깨의 관절주머니에 염증이 침착된다”며 “오십견·회전근개(힘줄) 염증이 발병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심리요인도 어깨질환의 주요 인자다. 스트레스·우울감은 신진대사를 떨어뜨리고, 교감신경을 항진시켜 혈관을 수축시킨다. 이는 혈류량을 떨어뜨려 어깨 힘줄에 염증·파열을 유발한다. 문 원장은 “스트레스 요인이 있으면 치료 반응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것이 다시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되는데 심리적으로 지지해 주고, 치료 빈도·강도를 높이면서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촉진·초음파로 병변 진행 정도 명확히 판단

의사의 촉진은 환자의 어깨 상태를 감별하는 주요 수단이다. 문 원장은 “어깨뼈가 만져지거나 앙상한지, 반대편 어깨와 비교했을 때 어깨 근육의 볼륨이 줄었는지를 판단한다”며 “팔을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 통증이 있는지 살피고, 근력을 측정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뼈 변형과 석회화 유무를 판단하는 X선, 힘줄의 염증 정도와 파열 유무를 확인하는 초음파검사를 받는다. 어깨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룬 숙련된 의사의 기술·판독 실력이 환자의 치료만족도를 좌우한다.

문 원장은 “가장 정확한 건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지만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며 “대다수 환자는 촉진·X선·초음파로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힘줄이 광범위하게 파열되고, 근육 위축이 심한 경우, 젊은 사람이 스포츠 손상으로 심하게 힘줄이 파열됐다면 MRI 촬영이 필요하다.

 진단이 내려지면 환자에게 통증이 오는 이유를 어깨 부위별로 이미지를 통해 설명하고 치료 과정을 공유한다. 문 원장은 “충분한 설명이 기반이 되면 환자가 왜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하게 돼 치료에 적극 참여한다”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은 효율적인 치료로 이어진다. 간단한 주사 치료라도 병변이 발생한 위치에 정확하게 주사하지 못하면 치료 효과는 떨어진다.

문 원장은 “회전근개(힘줄)에 염증·부분파열이 있다면 힘줄 강화 주사와 체외충격파를, 오십견·석회성 건염에는 염증 억제 주사와 체외충격파를 병행하는 식”이라며 “맞춤 진단·치료가 과잉진료를 예방하고 환자 부담을 덜어준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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