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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김정은 만날 준비돼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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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김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용해 북한 노동당 비서 겸 정치국 상무위원과 회담 후 가진 단독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비서는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제1위원장은 2012년 4월 현직에 오른 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외국 정상과 회담을 하지 않았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북한과 최고위급을 포함한 다양한 수준의 접촉을 양측이 합의한 시기에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북·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북한 측은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강력히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제1위원장의 방중이 조기 실현되기 어렵다면 먼저 러시아를 방문해 중국에 관계개선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약화된 외교적 입지를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뚫는 역할로 만회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유럽연합(EU)과 갈등을 겪으면서 북한과 시베리아철도의 한반도 연결을 포함한 250억 달러 규모의 경제협력 방안을 내놓는 등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유엔 제3위원회가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한 데 대해서도 러시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권과 자유 문제를 다루는 유엔 기구가 감찰기관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우리는 북한이 2005년 9·19 공동성명을 토대로 조건 없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의미 있는 조치를 먼저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재개 여부는 불투명하다.

 ◆푸틴 “러시아에 색깔혁명 없다”=한편 타스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국가안보 자문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른바 ‘색깔혁명’은 외세가 해당 국가 내 극단주의자를 이용해 일으킨 내정간섭”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색깔혁명은 조지아의 장미 혁명(2003),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2004), 키르기스스탄의 튤립 혁명(2005) 등 옛 소련 국가를 중심으로 일어난 정권 교체를 일컫는 말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사태가 러시아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외세 개입의 빌미를 줄 수 있는) 극단주의는 아예 그 싹조차 나지 않도록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최근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 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사태를 틈타 크림 반도를 병합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인기가 치솟았으나, 서방의 제재 등으로 경기가 둔화되면서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대도시에서 반푸틴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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