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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볼턴 대사 기습 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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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존 볼턴(57) 유엔 대사 기습 임명으로 미국과 유엔의 힘겨루기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은 1일 상원의 인준 없이 볼턴을 임명하면서 "유엔 개혁이 긴급히 논의되는 시점에서 유엔 대사직은 더 이상 비워둘 수 없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와 충돌이 잦은 유엔에 강경파 볼턴을 보내 '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볼턴은 유엔 대사로 부임하면 ▶유엔 인력을 구조조정하고 ▶대테러.인권.평화유지 기능을 강화하자는 제안을 통해 미국의 장악력을 높이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의 일방적 개혁 드라이브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일개 회원국 대사가 (유엔을) 압박하는 건 자유지만 그러려면 다른 190개 회원국에 (압박의) 필요성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워싱턴의 한 외교관도 "임기가 내년 말로 제한된 볼턴이 개혁을 밀어붙이면 상당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볼턴 임명은 미 정치권에도 파장을 던지고 있다. 민주당은 볼턴 임명 직후 "상원 휴회 중 인준을 피해 임명한 것은 편법적 행동이자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더 이상의 확전은 피할 전망이다. 부시가 휴회 중 임명이란 무리수를 두게끔 한 것 자체로 정치적 실리를 챙겼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여론이 관건이다. 만일 볼턴이 유엔에서 돌출행동으로 물의를 빚으면 부시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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