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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서클 개학맞이 발표회준비 한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온갖 몸짓을 하며 연극대사를 외는 학생, 찜통같은 연습장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땀을 흘리는 무용반원들, 불별 속의 운동장에 화판을 받쳐놓거나 서클룸 좁은 바닥에 화선지를 펴놓고 붓놀림의 삼매경 속에 빠져든 학생들.
방학중인데도 각 대학 캠퍼스는 개학과 함께 펼쳐질 각종 발표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있다.
강당 등 넓은 장소를 차지하지 못한 학생들은 식당이나 휴게실까지 점령했고 악기를 든 취주반원들은 연습장을 아예 학교 뒷산으로 옮겨잡기도 했다.
연습 틈틈이 팸플릿제작·소품구입·발표회 장소교섭까지 하느라 뻔찔나게 시내를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땀으로 흠씬 젖은 옷이 마를 사이가 없다.
앞으로 남은 방학기간은 열흘 남짓. 그래서 학생들은 더욱 바쁘다.

<공연 발표회>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팀은 각 대학의 연극부.
대부분의 대학들이 9월 개학과 함께 공연계획을 갖고 있어 학생들은 삼복무더위 속에서도 계속 학교에 나가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대학생회관 5층 소회의실. 20여평의 실내는 섭씨30도를 넘는 무더위와 남녀학생 15명의 몸놀림으로 찜통같다.
고함·짜증·독백·발작 등의 동작을 하며 연신 땀을 닦아내는 학생들. 멍청한 표정으로 왔다갔다하기도 하고 비실거리며 미친 듯 웃기도 한다.
고대심리학과 학생들의 연극 사이코 드라머 연습장.
학생들은 9월10일에 있을 정기공연을 위해 방학이 시작되면서부터 연습에 들어갔다.
7월 한 달은 각 정신병원을 찾아다니며 자료수집과 실기(?) 연습을 했고 지금은 마무리 단계.
3학년 박종구군(21)은 『피서한번 못 가고 줄곧 연습해, 올해처럼 땀을 많이 흘린 적이 없다』면서 『그래도 가장 보람있게 보낸 여름방학이었다』고 했다.
성대 문행극회 회원 50여명도 마찬가지. 기말고사가 끝난 7월12일부터 토일요일만 빼놓고 매일 아침9시부터 저녁6시까지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9월9일∼11일 국립극장실험무대에서 가질 제50회 정기대공연을 위해서다. 작품은 「엘리어트」의 『황무지』로 회원 이흥환군(24·철학과3년)이 각색·연출했다.
중앙대사대교육학과 학생 10여명과 무용학과학생 40여명도 각각 빈 강의실과 대학극장 무대에서 땀에 젖고 있다.
뮤지컬『고스펠』과 차범석작 『강』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다.
『고스펠』팀의 서경옥(23·교육과4년)은 『뮤지컬 자체도 재미있지만 땀을 닦으며 나눠먹는 수박 맛도 비길 데가 없다』며 밝게 웃었다.
각 대학서클의 연습장소 쟁탈전(?)도 대단하다.
탈춤공연을 준비중인 성신여대 민속연구반원 20여명은 도봉산의 학교생활관에서 합숙훈련을 하는 사이 당초 연습장인 소강당을 연극반 학생들에게 빼앗겨 할 수 없이 4층 휴게실에서 연습을 하고있다.
고대 취주악부는 학생식당과 인촌묘소를 오가며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
9월10일 총동문연주회를 가질 예정인 취주악부는 매주 2번씩 졸업생 20여명까지 합류, 연습을 하기 때문에 아예 「야외연습」의 아이디어가 등장한 것.

<전시회>
서울대 서예회회원 70여명은 매일 상오9시부터 하오6시까지 틈나는 대로 학생회관 4층 서클룸에 들러 3∼4시간씩 습작겸 작품제작을 한다.
학교측의 특별배려로 이들에게만 개방한 서클룸 4평안은 항시 묵향으로 그윽하다. 작품전은 10월중 예정.
또 연세대 교정 곳곳에는 20여명의 남녀학생들이 화판을 펼쳐놓고 독수리상·노천극장 등을 열심히 그리고있다.
9월18일 마감인 12회 연세미술제에 작품을 출품시키기 위해서다.
이밖에 성대 사진예술동우회와 서강대 사진반학생 등은 각각 9월중에 있을 사진전에 대비, 방학 초에 찍어온 사진을 인화·현상·표구하기에 몹시 분주하다.
서강대생 27명은 지난달 14일부터 8박9일동안 설악산과 동해안 곳곳을 들러 작품사진을 찍어왔다. <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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